오늘이 설날이다. 아침 일찍 남자제관 나홀로 쓸쓸한 차례를 지내고 제기를 정리하며 이런 쓸쓸한 설은 내 생애 처음이라며 의기소침해 있다.

혼자서 설 차례 준비한다고 설레발이 치든 집사람도 지쳤는지 잠시누어 휴식에 취하다가 혼자 먹어야하는 점심상 차린단다. 아무리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친다고는 하지만 이건 정말 뭔가 잘못되어도 한창 잘못된 것 같다.

삼국의 신라시대부터 시행된 것으로 보여 지는 오래된 설날은 어릴 때 설날에는 조상께 차례도 지내고 어른 들게 세배도 드리며 각종 세시풍속을 즐기며 나름대로 꿈과 희망을 가지기도 하였는데... 어릴 때는 동지가 되면 팟죽을 먹으면서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고 좋아하였고, 일제 강점기 시대 저들방식의 양력과세가 해방이 되고 나서도 이중과세 방지라고 공식적으론 양력과세를 하라고 강요당하면서 구정에 제사를 모시며 그때도 달력이 바뀌었으니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고 어깨를 활짝 펴기도 하였다.

1985년 구정이 다시 민속의 날로 지정되고 4년 후에는 설날을 3일 공휴일로 지정함으로서 다시 활기를 찾게 되었다. 설날에 먹는 떡국은 순백의 떡과 국물로 지난해 묵은 때를 씻어버리고 뽀얗게 새로이 태어나 지난해 묵은 때를 씻어버리라는 것입니다.

새해 신수 본다고 입춘이 지나면 사주팔자로도 한 살 더 먹는다고 설레발이 쳤으니 한해에도 나이 여러 번 먹을 기회가 있어서 핑계가 좋기도 하였는데...

이런 풍습들은 자손들과 어른들(조손)이 함께 모여 조상숭배와 친인척간 단합과 질서, 형제들의 우애와 더불어 사는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한 가정 한자녀에다가 특히 연전부터 세계를 공포분위기로 몰아넣고 경제위기를 초래하려는 코로나-19사태로 모두 어려움이 닥쳐왔는데 정부당국의 처음부터 실패한 방역으로 전통적인 세시풍속도 더욱 흐려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본인도 내 생애 겪은 명절 차례 중 이렇게 제관 혼자서 차례를 지내야만 하는 허무한 일은 처음입니다. 하나뿐인 아들도 해가 바뀌면서 처음으로 남양주시에 자기경영의 큰 병원을 인수 경영하게 되어 코로나 사태와 더불어 원장이 솔선수범하여 명절에 병원을 지켜야 한다고 명절차례에 불참하는 형편이 되었고... 삼촌, 동생, 조카들 코로나 핑계로 변화는 사태에 어쩔 수 없지만 조상님께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어릴 때 고향집에서 조부님 집례의 종가 최진사댁 명절 차례에는 2칸 대청과 대청 옆 좌우 2개의 방도 양쪽 문을 걸어 올려 고정해 놓고 4칸에 제관이 꽉 차던 큰집부터 먼저 제사 모시던 풍경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론 시대에 따라 풍속도 변할 수도 있으며 제관과 제물보다 정성이라 하지만 아무리 정성이라도 풍속에는 그 속에 내재된 뜻과 형식이 있는데...

자식 생일날은 기억해 줘도 부모, 조부모 제삿날은 기억하지 못하는 자손이 늘어간다는 세태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젠 시대가 변하니 형식에서 벗어나자고 하지만 조금 힘들어도 노력하면 전통문화와 그 의미를 지켜나갈 수 있는 일들도 너무나 자기중심적인 젊은이들의 사고에는 쉽사리 손들어주기가 어렵습니다.

세상이 변하면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신념으로 종교는 우리나라에서도 번창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상제사도 자손이 올바르고 잘되도록 조상신을 섬긴다는 종교의식이라 생각하면 될 일인데 말입니다.

과거 역사상 나라가 망한 후에 새나라가 개국되듯이 이젠 우리 70대 노인들이 발 디딜 틈이 있는 세상은 서서히 끝나가는 것 입니까? 세상의 변화에 순응해야 하겠지만 미풍양속이 사라져간다는 것에 뭔가 가슴이 허전해 오는 것은 이번 다가오는 대선도 장점이 많은 훌륭한 사람을 지도자로 뽑는다기 보다는 단점이 그나마 작은 사람을 뽑는다는 방식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사실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는 것입니다.

인정을 나누는 미풍양속이 지속되고 나라의 무궁한 발전을 염원하면서 새해에도 인정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