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임인년(壬寅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늘 기대와 흥분으로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우리는 엊그제 다양한 기도와 계획, 각오 등으로 2022년이란 1년의 ‘365킬로미터’ 대장정 마라톤을 출발하였다. 빠르기로 승부를 내는 ‘달리기’가 아니라, 순간순간 얼마나 만족스런 삶을 만들어 가느냐에 핵심 가치를 둔 ‘행복’ 마라톤….

개인적으로 나는 올해 첫날 ‘풍성한 복’을 빌었다. 그러나 단서가 있는 주문이요 기도다. 내가 흘린 땀만큼의 복을 바란다는…. 불로소득의 풍성한 복이 아니라, 내가 노력한 만큼은 꼭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날을 뒤돌아볼 때,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공을 들였음에도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가 간혹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새해에, “운으로 달인 된 자 없고, 요행으로 장수 된 자 없다.”는 글귀를 넣어 자그마한 캘리그라피 작품을 하나 만들었다. 내가 하는 일에 ‘달인’이 되고 싶고, 내가 추구하는 분야에서 ‘장수’가 되고 싶단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운이나 요행에 기대지 않고, 반드시 땀으로 이뤄내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그 어떤 생활의 달인도 용감무쌍한 장수도 운이나 요행으로 된 자는 없다. 모두가 최선으로 살아낸 ‘피･땀･눈물’의 결정체인 것이다. 물론 살다보면 운과 요행이 따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역시 열심히 살아가는 당사자에게 일어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게 세상 이치요 상식 아니던가.

나는 올해 본업 외에 또 다른 계획 둘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먼저 몸을 튼튼하게 하고, 그 다음은 정신적으로 신명나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한 번 만들어보려는 계획이다. 몸과 마음이 전체적으로 튼튼해야, 내가 하고픈 일을 열정적으로 추진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육에 문제가 생기면 말 그대로 만사휴의(萬事休矣)가 되고 말 것이기에 그렇다.

먼저, 육체건강을 위한 계획은 ‘스쿼트 운동’이다. 일반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고 특정 장소에 가서 운동을 해야만 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이 운동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이런 이점을 살려 올해는 이 ‘스쿼트’에 도전하여 다리에 근육을 한 번 키워보고 싶은 것이다.

다음으로는, 정신건강을 위해서 장구를 배우는 일이다. 장구는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삶의 신명을 이끌어내 주는 최고의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신들린 사람처럼 장구를 두드려 만들어내는 그 소리와 리듬은 짜증스런 삶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주고, ‘쾌족(快足)’의 폭과 깊이를 더해 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당찬 이런 계획들도 연말에 가서 평가는 어떨지 장담할 수가 없다. 왜냐면 쉬운 일일수록 무시하기 쉽고 작심삼일이 될 확률이 높기에 그렇다. 그러나 꼭 실천하리라는 각오로 일단 출발이다.

중국 속담에 “불파무능, 지파무항.(不怕無能, 只怕無恒.)”이라 했다. “능력 없음을 겁낼 게 아니라, 끈기 없음을 걱정하라.”는 의미다. 오늘 나의 새해 계획은 능력보다는 끈기에 성공 여부가 달린 일이다. 중단만 하지 않는다면 영육간의 건강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많은 경험과 지혜를 가진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서 있는 위치보다는 어디로 가는지 그 방향이라고 했다. 깊은 뜻을 가진 말은 좀 쉽게 풀어 말 하고, 먼 여행은 천천히 걸으라 했다. 어려운 말이 아니기에 이해하기도 쉽다. 문제는 하나다. 멋진 방향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일이다. 어려운 말만 청산유수처럼 하지 않고, 쉼 없이 천천히 걸어가는 일이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뿌듯한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해 보련다. 주위 사람들의 응원이 보태진다면 더 신이 날 것만 같다. 일단 출발은 만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