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난 맹수의 본능 -

하루하루 시간이 가면서 표범도 자라나 덩치가 커졌다.그렇게 아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새끼 표범은 새끼 표범답지 않게 토끼처럼 즐겁게 지냈다.

표범은 다 자란 뒤에도 여전히 순했고, 고기를 주지 않아도 매일 죽을 잘 먹었다.

아이들은 표범과 뒤엉켜 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숲 속에 갈 때는 꼭 표범을 데리고 다녔다.

우람한 표범을 데리고 다니면 다른 짐승들이 겁을 먹고 도망가기에 표범과 함게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면 좋으련만......, 어느날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표범을 데리고 마을 밖의 언덕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맨 앞에 한 명이 서고 그 다음에 표범, 그 뒤로 두 아이가 좁은 언덕길을 한줄로 걸어가는데, 선두에서 걷던 아이가 돌멩이를 밟았다.

그 순간 돌멩이가 움직여 언덕으로 떨어지면서 아이도 언덕 아래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아이는 뒹굴뒹굴 구르면서 언덕 저 아래로 멀리 떨어졌다.

깜짝놀란 두 아이들이 떨어진 친구 이름을 부르며 언덕을 돌아 뛰어갔다.

아이가 떨어진 것을 보자 표범도 바로 언덕 아래로 날아가듯이 내달렸다. 언덕 아래 쓰러진 아이 곁으로 표범이 다가갔다.

걱정스런 눈으로 아이를 쳐다보던 표범은 피를 닦아 주려고 혀로 아이의 무릅을 핥았다. 그 순간 표범의 혀에 피의 비릿한 맛이 짜릿함을 불러 일으키면서 온 몸에 전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원래 표독한 야성을 가진 맹수이지만, 이 표범은 지금까지 한번도 고기를 먹지 않았고 피를 맛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죽만 먹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아이의 피맛을 보는 순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숨어있던 야생의 강한 본성이 깨어났던 것이다.

표범의 눈은 붉게 빛나기 시작했고, 앞발을 높이 쳐들어 쓰러진 아이의 가슴을 단번에 찢어 갈랐다.

이젠 표범도 자신의 잔인하고 표독한 본선을 숨기거나 자제할수 없었다. 견딜수 없는 충동이 표범을 휘감아 아이의 몸을 잔인하게 해쳤다.

그 사실을 모르는 두 아이는 언덕을 뛰어내려와 친구와 표범이 있는 곳을 달려왔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표범아, 왜 그래, 너 왜 그래?’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표범의 눈은 더욱 빛을 발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몸을 날려 두 아이를 움켜쥐었다.

‘표범아, 왜 그래?’

‘으 으악!’

두 아이도 가슴을 잔인하게 찢겨져 목숨을 잃었다. 표범은 쓰러진 아이들을 뒤로하고 유유히 숲속으로 사라졌다.

우리 마음 안에는 오만가지 생각들이 들어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있고, 무엇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도 있으며, 아주 고마운 마음도 있다. 또한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거나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고 어머니가 아기를 사랑하는 따스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표범이 가진 잔인한 기질처럼 모든 사람의 마음 안에는 잠자고 있는 악한 마음이 있다.

다시말해, 음탕하거나 거짓되거나 가증스러운 마음이 우리 안에 숨어있다. 마치, 어린 표범안에서 잠자고 있던 야성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