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수 차장(국민건강보험공단 하동남해지사)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시행된 지 32년이 지났다. k-건강보험은 1989년 7월 1일 출발하여 정부와 국민 그리고 각계각층의 도움으로 전 세계가 부러워할 사회보장제도로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확산되고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수 역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재정 안정성의 필요도는 그 어느 때 보다 커진다.

특히, 사무장병원의 폐해가 심각하다. 사무장병원이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의 개설주체가 아닌 자(비의료인)가 의료기관 개설주체의 명의를 빌려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크게 위협하고 있으며 불법적인 급여비용 청구로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 규모가 크다. 이로 인해 의사의 진료권과 병원 운영권이 박탈되는 등 의료생태계 전반을 파괴하고 있다.

사무장병원의 불법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무자격자인 비의료인에 의한 수술, 사무장이 수익위주의 진료를 강요하여 34주 태아를 낙태수술(살인), 가슴 확대 성형수술을 했다가 양쪽 가슴 괴사, 불법적인 환자유치, 보험사기 공모, 불필요한 검사·진료 등 다수의 불법적인 의료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지난 2018년 1월에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의 세종병원 역시 대표적인 사무장병원이다. 병상 수는 늘리면서 의료인을 최소한으로 고용함으로써 환자 관리나 안전사고 예방을 소홀히 하여 생긴 사고로써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

2009년부터 2021년 9월 현재 불법개설기관(사무장병원)에 1,651건, 3조5,499억원을 환수결정하여 1,981억원만(5.58％) 징수한 상태다. 환수결정한 금액은 코로나19 경증환자 1백만명(1인 330만원)분의 치료비에 사용될 금액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가중되는 폐해를 바로 잡아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는 사무장병원을 근절할 수 있는 해법은 없는 것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불법개설기관인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고도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관련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출석요구, 계좌추적, 압수수색의 수사권이 없어 불법개설 입증에 한계가 있다.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일선 경찰과 보건복지부, 지자체에서는 인력·보건의료 전문성 부족과 강력사건 등 타 이슈사건에 밀려 수사가 지연되는 사이에 폐업·잠적을 하고 재산은닉 등으로 징수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국회의원 3명이 지난 2020년에 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수사에 한해 특별사법권 부여라는「사법경찰직무법」개정안을 입법 발의 중에 있으나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아직까지 계류중에 있다.

국민이 부담하는 혈세로 운영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법안」이 하루 빨리 통과되길 촉구한다. 공단은 사무장병원 수사에 필요한 특화된 전문 인력인 전직 수사관, 행정조사 전문, 변호사 등 2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적인 조직망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 의심기관 감지시스템(BMS)을 구축하여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활용 가능한 인프라까지 준비하고 있다.

공단에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면 사무장병원 퇴출로 정상적인 진료에 따른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신속한 수사로 연간 약 2,000억원의 재정누수를 차단 할 수 있다. 절감된 재정은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가 인상과 급여를 확대하는데 쓰일 단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