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 그림 다도해를

먼발치에 펼쳐 놓고

지리영산 고운 자락

병풍으로 둘러친 곳

여기는

내 고향 하동 토속 짙은 천년 고읍

섬진강 은어 떼의

비늘에 봄이 실리면

꽃향기 바다 냄새가

너뱅이들에 어우러지고

고소성

산도라지도 수줍음을 피우느니

지난 11월 28일 오전에 선생의 부고를 받았다. 마산이었다. 마산에서 행사를 마친 후 하동으로 돌아오면서 조화 하나 달랑 보내놓고도 여간 마음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고향 하동에서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 25년에 이른다. 평소 출향문인 선배님들을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참으로 아쉽기 그지없다. 지난번 ‘시의 거리 조성사업’ 때 잠시 통화를 한 것이 마지막 통화가 되고 말았다. 아쉽다. 1938년 생이니 우리 나이로 84세이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로 등단한 시인으로 하동 출신으로는 유일하다. 선생이 펴낸 시집들에는 고향에 대한 애정이 잔득 묻어 있다. 하여 더욱 아쉬운 것일지도 모른다. 옛 철길에 시인의 조그마한 시비가 서 있다. <귀향초> 고향 서정이 행간 행간마다 배여 있는 그 시비를 그냥 지나치지는 마시라 . 시인의 명복을 빈다. – 최영욱 -

-. 김광수 시인은 1938년 하동군 양보면 지례리에서 태어나 197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계간 <시조문학>주간, 관악문인협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감사, 이사 등을 거쳤으며 시집으로 「등잔불의 초상」. 「길을 가다가」. 「곡 없는 애가」 등이 있으며, 평설집 「운율의 매력을 찾아서」. 「서정의 울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