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우리 어머니는 그저 어깨너머로 터득한 ‘문해력(文解力)’으로 지금까지 살아오신 분이다. 읽기는 그런대로 되는데 쓰기는 어려움이 많은 편이다.

달력에 적어놓은 메모를 보면 참으로 눈물겹다. 그런데도 그 실력과 삶의 지혜로 오늘까지 잘 살아오셨고, 우리 6남매도 건강하게 잘 키워내셨다.

정식으로 글은 못 배웠지만 생활 속 체험과 지혜는 보통이 아니다. 간혹 불쑥불쑥 꺼내놓는 세상 이치나 속담 등은 오히려 가방끈 길었던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하기도 하고, 삶의 연륜으로 쌓은 ‘어른’으로서의 내공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언젠가 마당에서 동생과 교대로 작업을 한 적이 있다. 동생 차례가 되었을 때 내가 옆에서 “그렇지, 그렇지”라면서 동생에게 추임새를 좀 넣어 줬더니, 옆에 계시던 어머니가 한 마디 툭 던지셨다. “그래, 절구 방아를 찧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고개만 좀 끄덕여줘도 덜 힘들지.” 비유에 감탄이 나왔다.

누군가의 가벼운 응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 주는 말이었다.

우리에겐 ‘아자’라는 응원 구호가 있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을 응원하거나 격려해 줄 때, 또는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을 때 자주 사용한다.

물론 운동 경기장에서는 ‘아자’보다는 ‘화이팅(fighting, 파이팅)’이란 구호를 더 많이 외치지만 응원하고 격려한다는 의미에서는 우열의 차이는 없다.

응원의 구호는 어디나 다 한 두 개씩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중국에도 응원 구호가 있다. ‘더할 가(加)’와 ‘기름 유(油)’, 두 글자를 합쳐서 ‘지아여우(加油)’라고 하는 구호다.

일상에서도 누군가를 응원하거나 격려할 때 이 말로 힘을 불어넣어 준다. 직역을 하면 ‘기름을 더 하다’, ‘기름을 치다’라는 의미다. 이 말에는 유래가 있으니 참 감동적이다.

청나라 도광(道光) 연간에 장영(張鍈)이란 거인(擧人)이 있었는데, 그는 30여 년간 벼슬을 하면서 교육을 가장 중시했다고 한다. 재임기간 동안 그는 늘 야심한 자정 무렵이 되면 심부름꾼을 내보내, 등불을 걸어놓고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등잔에다 기름을 보태주도록 했더란다. 즉, 기름을 넉넉하게 채워주면서 힘을 내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도록 격려를 해줬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아여우(加油)’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유래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아여우(加油)’란 어휘는 일반적으로, 작동을 하고 있는 기계나 혹은 자동차 같은 것에 연료를 보충해 주고, 윤활유를 더 쳐 주는 것을 가리킬 때 더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 평소 기계가 잘 돌아가고 자동차가 잘 달리도록 하려면 반드시 윤활유가 필요하다. 이렇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살다보면 버거운 인생 고비를 힘들게 버티며 살아갈 때가 있다. 감내하기 힘든 역경 속에서 절망과 같은 터널 속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누군가의 따뜻한 응원의 말 한 마디는 천군만마와 같은 용기가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곤 한다. 사람을 살려내는 생명의 묘약, 다름 아닌 이런 응원 한 마디다.

응원의 구호는 말로만 가능한 게 아니다. 환한 얼굴로 한 번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응원이 될 수가 있다. 방법을 찾으면 수많은 응원의 수단들이 눈에 보이게 되어 있다. 그저 외면하고 있으니 보이지 않을 뿐이다.

≪회남자(淮南子)≫에서는, “태산이 아무리 높다 할지라도 등을 지고 있으면 보이지 않고, 가을철 짐승의 가는 털끝일지라도 자세히 보면 살필 수가 있다.(泰山之高背而不見, 秋毫之末視之可察.)”고 했다. 응원을 기다리는 자가 혹시 주위에 있나 한 번 살펴보라는 말이다. 고3 학생들의 수능시험이 다 끝났다. 혹시 후련한 마음보다는 불만족과 불안으로 내일을 기다리는 학생들은 없는지 한 번 둘러보라는 말로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