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생명을 가진 것은 다 종족보존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눈에 띄지 않는 미물들도 다 이 본능 때문에 지금까지 생존해 올 수 있었던 거다. 종족유지를 위한 여러 생명체들의 기발한 지혜들을 보면 가히 눈물겹다. 인간 입장에서 볼 때, 깊은 사유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배울 교훈이 되기도 한다.

뻐꾸기는 평생 집을 짓지 않는다. 다른 새의 둥지나 밭고랑에 알을 낳는다. 경우에 따라선 새끼도 직접 키우지 않고 다른 새에게 ‘탁란(托卵)’을 해서 새끼를 키운다. 뻐꾸기의 이기적 행동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남의 둥지에서 제일 먼저 부화한 새끼 뻐꾸기는 자기만 살기 위해 다른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버린다. 그 잔인성과 영악함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자비지심은 힘을 잃고 만다. 그러나 뻐꾸기의 생존법도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것이고, 뻐꾸기 입장에서 볼 때 자연적인 본능이라 생각하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별 도리가 없다.

누군가는 집을 짓지 않는 뻐꾸기의 삶을 풍자하여 그의 울음소리를 이렇게 풀이했다. “내일이면 집 지리∼, 내일이면 집 지리∼” 그렇다. 뻐꾸기는 평생 집을 짓지 않지만 늘 노래한다. 집을 짓겠노라고…. 그런데 언제이던가? 내일이다. 뻐꾸기 울음소리에 대한 재치 있는 풍자는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다. 내일하겠단 말은 영원히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리 말이다. 뻐꾸기 울음소리에 대한 동의어는 또 ‘내일’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겠다.

뻐꾸기 울음을 ‘내일’이란 말로 연결시킨 맥락에서, 체중 감량을 뜻하는 ‘다이어트’의 또 다른 이름 역시 ‘내일’이라 할 수 있다. 이유는 세상에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들은 많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 세상엔 내일부터 하겠다고 결심해 놓고 결국은 실천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말이다. 멀리서 그 증거를 찾을 필요도 없다. 우리집 식구 한명도 그 중심에 있다. 아내는 늘 다이어트를 말로 한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이렇게 입 밖으로 말을 했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고,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여긴다. 당연히 아무런 변화도 의미도 없다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우리에겐 내일이라는 시간이 있기에 늘 희망을 건다. 그러나 가장 불확실한 시간이 ‘내일’이다. 관념적인 시간은 결코 현실적인 시간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늘 오늘과 연결되어 있다. 작은 일이라도 오늘 뭔가를 실천한 사람에게만 연결이 된다. 덧없이 하루를 보낸 사람에게 내일이란 시간은 요원하기만 하다. 언제나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내일이란 존재는 영원 항존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주는 시간은 되지 못한다. 간절함을 가지고 기다리는 자에게만 부여되는 신의 선물일 뿐이다.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벌써 가을이다. 가을이 지나면 곧 겨울이다. 겨울은 감내하기 힘든 인생을 비유할 때 자주 호명된다. 그러나 그 겨울의 의미는 참으로 값지다. 찬 겨울이 있기에 꽃피는 봄의 존재가 더 간절하고, 간절했던 봄을 누리게 됐을 때 우리는 더 없는 행복을 노래할 수 있게 된다.

‘미스트롯2’에서 1등을 한 양지은씨의 노래 중에 ‘사는 맛’이란 곡이 있다. 힘들지만 오늘을 알차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어 주는 내용이다. “천금을 준다 해도 살 수 없는 게 지금이야. 행복이 거저 오나 아픈 날도 있어야지. … 오 내 생애 봄날 그때가 바로 오늘이야. … 그대 걱정 마요, 견디다 보면 내일은 좋은 날 올 테니까, 찬 겨울 지나면 꽃 피는 봄이 오고, 웃을 날 올 거야…”

지난달부터 가사를 적어가지고 다니면서 배우고 있는 노래다. 음정 박자는 안 맞아도 의미를 생각해 가며 흥얼거리다보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천금으로도 살 수 없는 게 지금이란다. 오늘이란다. 그렇다. 오늘을 후회 없이 ‘살아내어’, 희망찬 내일을 맞아야겠다. 내 인생 화이팅! 우리 모두의 인생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