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피어나는 꽃에는 다 피가 돈다.
산사람이 피 흘린 자리마다 피는 꽃이기에
실핏줄에 피가 돌듯이 따뜻한 피가 돈다.
꽃샘바람도 이기고 비바람도 이기는
강인한 사랑에 피가 끝없이 돌듯이
이 땅에 피가 돌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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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돌지 않는 꽃은 꽃이 아닌 것이다. 
아름다운 꽃도 찬란한 꽃도
바람에 지워질 듯 말 듯 한 작은 꽃에도
피가 돌기에 우리는 뜨겁게 꽃이라 부른다.
이 땅에 꽃을 피우기 위해 피 흘렸기에
피 돌지 않는 꽃을 누가 꽃이라 부르랴.

‣김왕노 시인은 
  1957년 포항에서 태어나,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사랑 백년에 대하여> 등 5권이 있으며, 한국해양문학대상, 박인환문학상, 지리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 피가 돌아야 산다. 피돌기가 멈추면 죽은 목숨이다. 허나 이미 죽어버린 사람의 피가 모종이 되어 꽃에도 “피가 도는” 것이다. 지리산에서, 광양의 백운산에서 죽어나간 수많은 국방군 또는 파르티잔들의 피 흘림으로 꽃들은 붉게 치장하여 피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꽃에도 피가 돌기에 우리는 뜨겁게 꽃이라 부른다”라고 말하는 시인은 천상 시인이다. 그래 맞다 “피 돌지 않는 꽃을 누가 꽃이라 부르랴.” 피돌기가 멈추지 않는 한 우리도 꽃도 살고 살아서 다시 “뜨겁게 꽃”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이여 부디 꽃으로 만나자. 뜨겁게 뜨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