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가 이유식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돌고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너무나도 잘 알려진 박두진의 시 <해>의 제1연이다. 민족 광명을 상징하는 8.15 해방에 대한 소망과 희망을 힘차고 장중하게 노래한 해의 찬미요, 찬가이다.
해는 참으로 위대하다. 지구로 보면 천지창조 중 지고(至高)의 선물이요 축복이다. 우리 인간에게 빛을 주고 또 만물이 생명을 받고 생명을 유지한다. 또 과학적으로 보아 아무리 현대과학이 핵융합이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그 원형이, 그 원조가 바로 해가 아닌가. 그 원조를 흉내내 보고자 하는 인간의 오만한 노력이야말로 문자 그대로 구우일모(九牛一毛)라 중천의 해는 비웃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를 생각해보면 천문학적 숫자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나이가 46억년에다 지구 크기의 109배, 지구에서 거리가 1억5천만 km에다 거기서 나온 빛이 1초에 지구를 일곱바퀴 반을 돌고 있다니 입이 쩍 벌어진다. 우주에는 수많은 태양계의 태양이 있다지만 그것은 천문학자들에게나 맡길 일이다.
우리 지구에서 보는 태양 그리고 그 태양계를 인간사회의 가족 문화적 견지에서 보자. 태양계 중심에서는 ‘붙박이별’이란 칭호의 해가 아버지 자격으로 부동의 자세로 떡 버티고 앉아 이홉개의 행성 아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 첫째가 수성, 둘째 금성, 셋째 지구, 넷째 화성 그리고 아홉째 막내가 제나이다. 나의 중고등 시절에는 이 막내가 명왕성이었는데 소행성이라 퇴출당하고, 대신 제나가 새로운 아들로 가족 족보에 입적되었다. 그리고 이 아들들은 각자의 딸인 위성을 거느리고 있으니 많은 손녀를 두고 있는 셈이다. 달은 꼭 지구의 달만이 아니라 이들도 달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첫째와 둘째인 수성과 금성에는 달이 없으니 손녀가 없는 셈이고, 그 다음 셋째인 지구가 달 하나로 시작하여 화성 2, 목성 63, 토성 47, 천왕성 27, 해왕성 13 식으로 손녀가 우글우글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해의 첫째인 우리 지구는 정말 축복받은 행성이다. 목성으로 시작되는 그 다섯 번째 이하의 아래 동생 형제들이 기체로 된 하늘하늘한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이와는 달리 지구, 화성까지 포함된 위 4형제는 이른바 지구형 행성이라 해서 철갑옷 같은 단단한 고체형 겉옷을 걸치고 있다.
여기에 유일하게 지구가 밤을 밝혀주는 달을 거느리고도 있다는 것은 물론 생명체가 살기에 최적 최상의 거리에서 태어났기에 다른 형이나 아우의 집과는 달리 유일하게 우리 인간이 살고 있다 싶다. 공교롭게도 이 달이 해보다는 400배 작고 지구에 400배 가까운 거리에 있다니 참 오묘하지 않은가. 첫째인 수성은 말할 것ㄷ고 없고, 둘째인 금성은 너무 뜨겁고 바로 밑 동생 넷째 화성은 불이란 이름과는 달리 너무 추워서 그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는 곳이 아닌가.
이런 해와 그 해의 가계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해야 말로 최상의 제왕으로서 그 위대성을 뽐내고 있다. 그러기에 그 옛날 까마득한 고대사회로 갈수록 그 정도의 차이일 뿐 자연숭배, 자연 종교적 차원에서 태양을 숭배하지 않은 민족이나 나라가 없다지 않은가.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신을 믿었고, 그리하여 왕을 ‘위대한 태양신’이란 뜻으로 ‘파라오’라고 부르며, 살아있는 태양신의 화신 아니면 아들로 여겼다. 중앙 아메리카 멕시코 등지의 마야인, 남미 페루 등지의 잉카인들도 태양을 숭배했는데, 특히 지금고 페루의 태양제는 남미의 3대 축제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그리고 마야인들의 후예로서 멕시코 중앙고원에 살며 인신공의로 사람의 심장을 떼내어 태양에 바쳤던 아즈텍인들도 태양을 숭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