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직접 보는 게 여러 번 듣는 것보다 낫다는 뜻으로 우리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쓴다. 그 말은 중국의 한나라 시절 노장 조충국이 써서 유명해졌다.
한나라 선제 때의 일이다. 어느 지역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진압군이 급파되었다. 헌데 진압군을 이끄는 한나라 장군이 그 지역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살상해 원한을 샀다.
반란군은 같은 종족의 도움을 받으며 원한을 풀고자 나서 진압군에 대패를 안긴 채 쫒아냈다. 이에 놀란 선제는 진압군을 이끌 새로운 장군을 찾다가 노장 조충국을 불렀다. 선제는 일흔이 넘은 노장에게 물었다.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장군은 어떤 계책을 쓰겠는가? 진압하기 위해 필요한 병력은 얼마나 되겠는가?”
그럴듯한 계책을 개해하며 임금이 묻자, 오랜 전투 경험이 있는 노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옵니다. 백 번 드는 것보다 실제로 한 번 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란 뜻이옵니다. 전투에 관해서는 현장을 보지 않고 다른 곳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려운 일이오니, 바라옵건데 전하께서도 현지에 가셔서 도면을 펼쳐 놓고 방책을 세우시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이에 선제는 과연 그럴 것이라며 조충국으로 하여금 진압군을 이끌게 했다. 노장은 현장에 가서 계책을 세웠고, 마침내 그 계책으로 반란군을 진압할 수 있었다.
자녀 교육에서도 한 번 보는 게 백 번 듣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이 말을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현장에서 직접 봐야 제대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현장은 남의 경험이 적혀 있는 딱딱한 칠판이 아니라, 생생한 앎을 쓰는 살이 있는 칠판이다.
산을 말하려면 산에 가서 자녀에게 직접 보여 주며 말하는 게 효과적이다. 집에 앉아 산이 이렇다는 두 저렇다는 둥 아무리 말해봐야 자녀는 산의 실상을 알기 어렵다.
자녀에게 그런 죽은 교육을 시키면서 왜 백 번 말해 주어도 모르냐고 질책하는 부모는 어리석다. 부모 자신도 산을 보지 않고는 산을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또한 글을 통해 산에 관한 지식을 얻은 자녀 역시 눈으로 관찰해서 지식을 얻은 자녀를 당해낼 수 없다.
조선의 명의 허준을 주인공으로 한 텔레비전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에 허준에게 자기 시신을 해부해 보라는 유언을 남긴 훌륭한 스승이야기가 나온다. 제자의 배움을 위한 스승의 결단이 자못 감동적인데, 의술을 위해서는 몸의 내부를 직접 봐서 올바로 알아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걸 보고 연구한 사람과 책을 통해서만 지식을 익힌 사람 가운데 누가 명의가 되겠는가.
번지르르한 말보다는 실체를 보는 게 진리에 가깝게 다가가는 길이다. 자녀가 어느 길로 갈 것인지는 부모의 선택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