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간의 정도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의지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성장 과정에 있는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자녀는 홀로 서서 살 수 없다. 그렇기에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바르게 가르치겠다는 명분 아래, 자녀의 문제점만 찾으려고 노려보고 있으면 자녀는 움츠러들기만 할 뿐이다.
자녀는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부모에게 마음을 연다. 지치고 피곤할 때 위안과 안락한 유식을 주는 부모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자신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부모가 있어 기쁨을 느낀다. 그런 부모가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옳은 방향을 가르쳐 주면 자녀는 부모에게 존경심을 느낀다. 사랑으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부모에게 정이 느껴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런 감정의 흐름이다. 그런데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그런 정의 흐름을 막으려고 작심한 듯이 자녀를 대하는 부모들이 없지 않다.
부모와 자녀 간에 정의 흐름이 막히거나 활발하지 못하면, 자녀는 부모의 옳은 가르침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자녀는 남을 사랑할 줄도 모르게 된다. 사랑도 보고 배워서 얻는 능력이지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그것을 어디서 배울 수 있겠나. 가정 말고는 어린 자녀가 제대로 사랑을 배울 곳이 없다. 남을 사랑할 줄 모르게 될 뿐만 아니라, 자녀는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주리라 믿었던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질책만 들었을 경우, 열등감에 빠지기도 하고 우울증, 소심증, 대인 기피증 같은 병적인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열등감에 빠진 자녀는 현재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기는커녕 현재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마저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앞으로 가야 하는데 뒷걸음을 치니, 갈 길은 멀어지기만 한다. 또한 우울증, 소심증, 대인기피증 같은 증세를 보이는 자녀는 그늘로 숨어드는 식물과 다를 게 없다. 햇빛 없이 식물이 어떻게 자랄 수 있을 것인가.
형제간에 정을 쌓게 하는 것도 부모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부모가 형제를 대할 때 차별을 두어야 할 것은 분명하게 차별을 두고, 차별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결단코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두어야 할 차별은 형제간의 위계질서이다. 그 질서가 혼란스러우면 정도 금이 가기 쉽다. -189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