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이정석 훈장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부모가 집에서 할 일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무엇을 꼽을까? 좋은 책을 사서 읽게 해주는 것일까? 아니면 공부방을 예쁘게 꾸며 주는 것일까? 아니, 그런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 있다.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다. 화목한 가정을 만들었다면 다른 교육 방법에 좀 서툴더라도, 부모에게 자녀 교육 제대로 못 시켰다고 나무랄 수만은 없다.
왜 그럴까? 가정은 자녀가 자라는 토양이다. 가정이 화목하면 그 토양은 기름져 자녀가 건강하고 튼실하게 클 수 있다. 반면에 가정의 화목이 깨지면 그 토양은 비틀려 클 수밖에 없다. 화목하다는 것은 서로 뜻이 맞아 정답다는 뜻이니, 가족 간의 정이 강물처럼 흐르는 집이 바로 화목한 가정이다. 가족을 잇는 질긴 끈인 그 정은 하늘의 선물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은 그것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가정에 찾아온다.
그런 노력은 부모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부모가 스스로 덕을 닦고 노력하지 않으면 올바른 가정을 기대할 수 없음을 <대학(大學)>에서는 이렇게 가르쳐 준다.
자기 집을 바로 정돈하는 것이 자신의 덕을 닦는 데 좌우된다고 하는 것은, 사람이란 자기가 가까이하고 사랑하는 것에는 치우쳐 굴게 마련이고, 자기가 천하게 여기고 미워하는 것에는 치우쳐 굴게 마련이고, 자기가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것에는 치우쳐 굴게 마련이고, 자기가 오만하고 게으르게 다루는 것에는 치우쳐 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기가 좋아하면서도 그것의 나쁜 점을 알고, 미워하면서도 그것의 좋은 점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드물다. 화목한 가정이 되려면 먼저 부모가 서로 정이 있어야 하고, 부모와 자녀 간이 그래야 하며, 형제간에 또한 정이 쌓여야 한다. 그 관계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부부사이에 정보다 갈등이 깊으면, 그래서 날카롭게 대립하면 먼저 자녀가 불안해진다. 안정감을 갖지 못하니 바르게 성장할 수가 없다. 사람이 모두 그렇지만, 특히 어린 자녀는 안정감을 느껴야 사물을 제대로 보고 옳게 판단할 수 있다.
신경이 불안 심리에 사로잡힌 포로가 되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학습이 제대로 될 리가 없고, 옳고 그름이 제대로 구분될 리가 없다. 부부의 삶뿐만 아니라 자녀를 올바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정 있는 부부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