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이정석 훈장

사랑하는 아들아, 부모는 자식을 믿고 산다. 하늘 믿고 세상 바라보며 사는 게 아니란다. 자식이 죽게 되면 세상 부모는 기꺼이 자식 대신 죽을 수 있는 것이야.
자식을 지켜 줄 사람이 하늘 아래 있다면 그 사람은 부모야. 부모를 지켜 줄 사람은 자식이겠지. 이 땅에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보다 더 크고 깊은 사랑이 있을까?
그런데 말이다. 속담에 내 눈에 예쁜 자식이 남의 눈에 미움 산다는 말이 있지만, 남의 눈에야 미운 자식이 어디 있겠니. 다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남의 눈에 미움 사는 자식이 될까봐 전전긍긍하게 된단다.
그러다 보니 너에게 지나친 기대를 했고, 본의 아니게 그것이 부담을 준 것 같아 정말 미안하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성공하는 사람은 자신을 열심히 부려먹을 줄 아는 사람이란다. 자신은 쓸수록 좋고 아낄수록 손해인 것이야. 자신을 밥 먹여 키우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니.
공부하는 데, 일하는 데, 봉사하는 데 열심히 써먹어야 한다.
부모 형제를 아끼고, 남을 아끼고, 돈을 아끼고, 물자를 아끼고, 시간을 아끼는 것은 마땅히 그래야 할 좋은 일이지만, 자신을 아끼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남을 부려먹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하지만, 자신을 부려먹는 데는 의지와 땀만 있으면 된다. 사랑하는 아들아, 흔히들 사람이 살아간다고들 하지만 달리 보면 사람은 죽어가는 것이다. 하루하루 생명의 에너지를 태우고, 자기 운명을 소비하면서 죽음 쪽으로 다가가는 거란다.
촛불이 자신을 태우고 어둠을 밝히다가 다 타버리면 꺼지듯이, 인생도 생명의 에너지를 하루하루 태우다가 꺼지는 것이지.
시간은 생명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바로 생명이 흘러가는 것이란다. 일분 일초를 헛되이 보낼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단다.
사랑하는 아들아, 살아갈 날이 많으니 너의 갈 길이 멀구나.
오늘 우리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원하던 내일이었다는 말을 누군가가 했더구나. 부디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서 인생길이 순탄하기를 부모는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기교가 필요 없다. 문장을 아름답게 꾸밀 필요도 없다. 담을 것은 오직 하나, 부모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자녀의 마음으로 배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