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이정석 훈장

한 아이에게 한 시간을 주고 다른 아이에게도 한 시간을 주었다면, 시계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똑같다. 그런데 능력이 같은 두 아이에게 같은 시간을 주고 같은 일을 시켰는데도, 일의 결과는 달라진다. 그러니까 한 아이는 일을 다 마쳤는데, 다른 아이는 시간을 더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주장을 할 수 있다.
“저는 일을 좀 천천히 하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이 일이 끝날 때 까지 기다려 주고 그 다음에 우리 둘을 비교해 주십시오. 저에게 필요한 시간이 있으니, 기다려 주지 않으면 불평등한 것입니다. 저 아이가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주었으니, 저도 기다려 달라는 말입니다.”
같은 일이라도 사람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니, 그걸 고려해 달라는 주장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불평등한 조치라는 것이다. 과연 불평등한 것일까?
능력이나 소질 같은 타고난 성질이 다르면 그 주장은 옳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대기만성이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니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지혜로 키웠다고 똑같은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런 것들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주장을 한다면, 시간은 평등한 것임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같은 시간을 주었는데,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은 탓에 결과가 달라진 것임을 분명하게 인식시켜 주는 게 필요하다.
부모가 한 자녀에게 집안 청소를 시켰다. 그 자녀는 한 시간 안에 청소를 마쳤다. 그런데 다른 자녀에게 똑같은 조건에서 청소를 시키자 두 시간이 지나도 청소는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자녀가 시간을 끄는 것은 청소에 집중력을 쏟지 않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부모는 그 점을 즉시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교육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도록 하는 것이기도 하다. 같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많게 하는 것이다. 무작정 최대한이 아니다.
자녀의 능력에 맞게 그 기준을 정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자기 능력과 비교해서 일을 모자라게 한다.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경험을 자주 겪지 않은 사람은 자기 능력발휘도 힘들어한다. 그러면서 “이 건 내 능력으로 처리하기에는 힘드니 무리하지 말아야겠어.” 라고 말한다. 그러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경험을 자주 해 본 사람은 같은 일을 처리하는 데 그처럼 힘들어하지 않는다. 집중력을 갖고 공부를 해온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그러나 공부를 열심히 해 본 경험이 없는 학생에게는 공부는 어려운 일이기만 하다. 부모는 자녀가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경험을 쌓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집안 청소를 시켜도, 다른 그 어떤 일을 하게 해도 집중력을 발휘해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야 자녀는 매사에 큰 어려움 없이 자기 능력을 발휘한다.
그렇지만 부모가 과욕을 부리면 역효과가 난다. 자녀의 능력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시간을 주고, 일을 완수하라고 재촉하면 자녀는 지치고, 그 일에서 흥미를 잃는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너무 자주 경험하다 보면 자신감과 의욕을 잃게 되는 것이다.
콩나물은 필요한 만큼의 물을 꾸준히 주어야 잘 자라서 밥상 위에 오른다. 더없이 귀한 우리의 자녀를 콩나물에 비유해서 미안한 일이지만, 그 키우는 지혜만은 배울 만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