茗谷 鄭慶文

박원종(直庵 朴遠鍾)
玉露珠霞小鼎唇옥로주하소정진 작은 솥 가에는 맑은 이슬 붉은 노을로,
傾來一椀煖含春경래일완난함춘 한 사발을 마시니 따뜻한 봄을 머금었네.
家家薦享來明節가가천향래명절 오는 明節에 집집마다 제사를 모시고,
處處斟酬對好賓처처짐수대호빈 곳곳에서 반가운 손님 맞아 권하네.
銷渴神功當酒美소갈신공당주미 갈증 없고 신묘한 효과는 美酒 같고,
通中奇效得椒新통중기효득초신 소화와 새로운 향기 기이한 효험 얻었네.
吾鄕多用花開品오향다용화개품 우리 고을은 화개 차를 많이 먹는데,
細舌纖眉最是珍세설섬미최시진 작은 혀 가는 눈썹은 참으로 진귀하다네.
❊ 小鼎[소정] 작은 세발 솥.
薦享[천향] 제사를 올림.
纖眉[섬미] 가는 눈썹.

박원종(直庵 朴遠鍾.1887~1944). 한말의 유학자. 자(字)는 성진(聲振), 호(號)는 직암(直庵), 본관(本貫)은 밀성(密城), 거주지(居住地)는 산청군(山淸郡) 단성면(丹城面) 남사리(南沙里). 文集《직암집(直庵集)》. 면우 곽종석(俛宇 郭鍾錫)의 문인(門人)으로 일생동안 향리에서 학문 연구에 몰두하였고 특히 효행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박원종(朴遠鍾)이 살고 있는 산청(山淸) 남사(南沙) 고을에서는 화개(花開)의 차(茶)를 많이 마셨으며, 차의 잎을 “작은 혀 가는 눈썹”으로 말한 것을 보면 당시에 화개(花開)의 차(茶)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시(詩)이다. 또한 50세인 1937년에는 하동(河東) 청암(靑巖)에서 잠시 머물며 쓴 시(詩)로 “題靑巖寓舍제청암우사”, “三月初旬靑巖人士修契會于加禮巖富春洞卽韓錄事故居也要余同往拈韻共賦삼월초순청암인사수계회우가례암부춘동즉한록사고거야요여동왕념운공부”, “敬天廟次板上韻경천묘차판상운” 등이 있으며, 1942년에는 김영시(平谷 金永蓍), 김진문(弘菴 金鎭文), 이규남(南湖 李圭南), 박희정(朴熙廷)등과 함께 지리산(智異山) 화개(花開)지역을 유람(遊覽)하고 쓴 시(詩)로 “金平谷 金致行 自雙溪遊賞而歸 留尊道齋 叙話二首김평곡 김치행 자쌍계유상이귀 유존도재 서화이수”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