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이정석 훈장.

집단적으로 모여 있을 때 청소년들이 더욱 광적으로 열광하는 것은 동병상련의 정을 서로 느끼기 때문이다. 거기서 터져 나오는 괴성 같은 소리는 여기에서야 비로소 우리가 숨쉴 곳을 찾았다는 기쁨의 탄성이다. 사람은 늙을 때도 늙어가는 열병을 앓는다. 성장기에 있는 자녀들이 그런 열병을 앓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부모의 눈에 조금 이상하게 보일 뿐이다. 왜냐하면 부모들의 지난 날 자신이 성장기 때 앓았던 열병을 이미 잊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열광하는 자녀를 무조건 탓하는 것은 부모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탓하기에 앞서 먼저 자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느껴 봐야 한다. 그런 후에 애정으로 대하면 자녀는 결코 부모를 실망시키는 일을 고의적으로 저지르지 않는다. 악은 대개 숨기고 감추고 비밀로 삼는 음성적인 환경 아래서 저질러진다.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자녀는 숨기고 감추고 비밀로 삼으려는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거기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열광하는 데에는 그렇게 나름의 절실한 이유가 있으니 그대로 내버려두라는 말인가. 아니다. 매사가 그렇듯 열광도 지나치면 병이 될 수 있다. 병이 되어 현실감을 잃고 몽상 속에서 헤매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과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병은 여러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한 열광의 병에 빠지면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더구나 대중스타들은 늘상 옳은 것을 말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 가운데는 청소년들의 열광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부류도 있고, 상업적인 판단에 따라 아직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생각과 느낌에 아부하는 부류도 있다.
미숙한 청소년들의 판단을 옳은 것인 양 과장해서 얘기하고, 한참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이미 완성된 존재이니 있는 그대로 자기주장을 하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심할 경우는 타락과 방종을 노골적으로 부추기기도 한다. 물론 나름대로 의식을 갖고 있는 대중스타도 있겠지만, 텔레비전을 켜 보면 안다. 그런 부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현실이 그렇기에 열광하는 자녀를 그대로 방치만 할 수는 없다. 열광은 이해하되 열광의 병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하는 태도를 갖게 해야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열광의 공연장을 찾는다고 하자. 자녀에게 그런 곳에 가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져 묻기 전에 먼저 어떻게 행동하는 게 훌륭한 태도인지를 애정을 갖고 얘기해 준다. 부모가 자신이 과거에 앓았던 열병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공중도덕을 지키고 예절을 갖춘 상태에서 열광하는 게 훨씬 품위 있는 행동임을 자녀 스스로 알게 하고, 자녀들의 호기심을 부모가 함께 진지하게 토론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러한 부모가 함께 진지하게 토론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러한 부모의 애정 어린 권유를 받은 자녀는 책임지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열광하면서도 절제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