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문 찬인

하동무림(河東武林)!
조의선사가 유행활인검(由幸活人劒)으로 일세를 풍미하면서 12년 집권의 막을 내리던 갑오년 초여름.
여의나루 중원 무림 원로원의 법가신공(法家神功) 여상장로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앞으로 하동 무림은 누가 이끌도록 할까?’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끝에 합리적 성품의 여상장로는 하동의 군웅들이 모두 참여하는 비무대회를 개최하여 최종우승자를 하동방장문인으로 선출하기로 한다.

독불일지공(獨不一指功)으로 오래전부터 두각을 나타내오던 하상도 부장문인,
대대로 내려오던 가전신공 형제장풍(兄弟掌風)으로 젊은 나이에 이름을 널리 알린 악이정 호법,
중원무림의 상계를 뒤흔들던 전이영 당주는 새로 연마한 전패신공(錢貝神功)을 앞세워 하동 무림을 천지개벽하려 하고 있었고,
바다에 접한 해남국의 진현석도 스스로 창안한 패엽공(貝葉功)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2주간의 긴 혈투에도 우열을 가릴 수 없었던 비무대회는 결국 승자를 내지 못하고 궁리에 궁리 끝에 참석 무사들의 투표로 하동방 장문인을 선출키로 하였다.
요란스러운 밤이 지나고 운명의 날이 밝았다
무사들은 초식의 현란함과 내공이 깊은 독불일지공 하상도 전 부장문인을 새로운 장문인으로 선출하고 길고 길었던 비무대회의 막을 내렸다.

하동을 이끄는 지도자는 누구인가?
국회의원, 군수, 도의원 군의원, 조합장, 이장 등이다.
모두 주민의 지지로 당선된 선출직이다.
국회의원과 군수 중 누가 더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칠까?
아무래도 국회의원보다는 군수다.
국회의원은 멀리 있고, 군수는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정을 논하는 자리이지만 군수는 군민의 살림살이는 모두 책임지고 있다.

군수는 하동을 이끌고 가는 배의 선장이요, 공무원은 선원들이다.
중국의 순자(荀子)는
군자주야(君者舟也) 서인자수야(庶人者水也)
군주는 배요 백성들은 물이란 뜻이다.
이에 덧붙여 당나라의 위징은 간담을 서늘케 하는 경고를 한다.
水能載舟 亦能覆舟 (수능재주 역능복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어 버리기도 한다.

임기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9개월여가 흘렀다
내공이 깊고 초식이 현란하여 하동방을 탄탄대로로 이끌것이란 기대가 점차 바래지고 있다.
산중수련도중 어쩌다 하동방에 와보면 요상한 풍설들이 귓가를 어지럽힌다.
6인방, 십상시같은 풍설은 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아마도 하동 무림 비무당시 지지하고 도왔던 측근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또 어떤 이는 정사를 가리지 않고 하동방의 세를 불려야 하는데 독불일지공이 아니거나 내공수준이 미흡하면 아작을 낸다는 이야기도 한다.

하동방 일을 보는 하급무사들이 어찌 장문인의 독불일지공을 따라 갈수 있으리.
가르치고 격려하면서 끌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믿고 맡기며 격려하다보면 하급무사들의 무공도 급성장하지 않겠는가.
중원무림에 이름을 드날리고 싶은 것은 지역 장문인으로서는 당연한 욕망이지만,
조급히 서둘다 주화입마에 빠지면 더 큰 어려움을 당할 수 있고 꽃도 피우기전에 마를 수 있다.

순자(荀子)는 그의 저서에서 군주의 길을 말하기를
“밝은 군주는 함께 하길 좋아하고, 어두운 군주는 혼자하길 좋아 합니다. 밝은 군주는 직언하는 신하를 포상하고,
어두운 군주는 이들을 처벌합니다.”

또 당태종이 신하인 위징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군주가 명군(明君)이고, 어떤 군주가 암군(暗君)인가? ”
위징이 대답하기를
“ 군주의 지혜로움은 자기와 다른 의견을 널리 듣는데 있고, 군주의 어리석음은 자기 쪽으로 치우친 이야기만 듣고 믿는데 있다.”

태산은 흙을 사양하지 않고, 큰 강과 바다는 물줄기를 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