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문 찬인

먼저 3.11 동시조합장 선거에서 조합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선거란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가장 구미에 맞는 사람을 뽑는 제도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힘을 내시고 선거에 쏟아 부은 열정을 조합발전을 위해 바친다면 또 다른 승자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합장님!
저는 농.수.축.산림조합 조합장 여러분을 지역의 경제대통령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조합이 군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대다수 군민들이 조합과 직 간접으로 연결되어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료, 퇴비 등 농자재의 구매, 농수산물의 수매, 출하, 영농 자금 등의 신용사업, 각종 공과금의 납부, 심지어는 생필품의 구매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조합과 연관되어 있어 지역에서 조합장님의 역할이 경제대통령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협동조합의 역사는 장구합니다.
지금부터 57년 전 대한민국이 건국되자마자 농업은행이 만들어지고 1961년 5,16이후에 현재의 농협체제가 구축되었습니다.
1970년 2만여 개의 이동농협을 1500여개의 읍면농협으로 개편 발전시켜 오늘에 이르기까지에는 농협임직원의 노고와 희생이 밑거름이 되었습니다만,
작금에 협동조합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게 도사리고 있기에 몇 가지 고언을 드리겠습니다.

협동조합의 설립목적을 다시금 새겨보았으면 합니다.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통하여 농업생활력의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기위하여 설립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백과사전에는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 농업인이 모여 협동을 통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자신의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하여 만든 농업생산자 단체로
◦, 농업 및 생활자재 구입, 생산 농산물 판매, 필요자금 조달 등 경제활동과 관련된 사업을 하며
◦,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최대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주식회사와는 다르다.

지역의 경제 대통령인 조합장님!
많은 조합원들이 조합에 갖고 있는 공통적 불만은 조합이 조합원과 유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조합장님을 비롯한 조합직원들은 조합원의 이익보다 조합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물론 경영성과가 좋아서 더 많은 배당을 나누어 주고, 조합의 규모가 더 커지고 튼튼해지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밤 한 톨, 고사리 한 다발, 감 한 개 매실 하나에 명암이 엇갈리는 조합원의 입장에선 조합이 좀 더 비싼 가격으로 사들여주고, 이윤이 덜 남아도 생산물 전부를 팔아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횡천 어딘가의 조합에서는 할머니가 들고 오는 나물 한 봉지도 사 주는 등 손해를 보더라도 조합원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합니다.

지역의 경제 대통령이신 조합장님!
적은 경비 큰 효율의 경영체제로 조합을 혁신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조합의 임직원은 조합경영으로 발생하는 수익으로 급여와 각종 복리후생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좀 더 규모를 줄이고 경비를 절감한다면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그만큼 늘어 날 것입니다.
조합이사의 회의 참석수당이 1회에 20만원에서 25만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반나절 회의에 수당이 과하게 지급되는 것은 아닌지?
또 조합장 아래에 전무, 상무, 과장 등 관리직 간부의 비율이 매우 높은 듯합니다. 물론 연봉도 만만치 않겠지요? 조직을 슬림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동농협 횡령사건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내부 감시체계도 더욱 강화하여야 하겠지요.
이사회는 조합원의 선거로 선출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외부 사외이사제를 도입하여 회계 전문가 등이 이사로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주셨으면 합니다.

지역의 경제 대통령이신 조합장님!
읍내에서 서너 사람이 모여 어느 조합이 가장 친절한가 하고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습니다.
‘ㅎ'면의 조합이 가장 친절하고, 'ㅇ’면의 조합이 가장 불친절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입니다.
당연히 조합원이 甲이고, 조합직원은 乙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조합직원이 甲 이고, 조합원이 乙 인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이 친절하고 조합원을 도우려는 조합은 조합원의 신뢰를 받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조합은 점차 조합원의 발길이 조합을 향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의 경제 대통령인 조합장님!
조합장님의 역할이 어쩌면 군수님, 면장님 보다 훨씬 더 클 수 있습니다.
보통의 군민들이 군청이나 면사무소에 갈일이 일 년에 몇 번 있겠습니까?
그러나 조합에는 자주 가야 합니다.
매일 아침 이장이 방송합니다. ‘영농 자금 나왔으니 마을회관에 오라’ ‘비료 가져가라.’ 등등
조합을 떠나서는 조합원이 살수 없습니다.
조합원인 군민들은 조합장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말 '농민을 위한 조합, 농민이 주인인 조합‘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