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문 찬인

눈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움트고
얼음장속에서도
맑은 물은 흐른다

우주의 역사는
죽음속에서도
생명을 건져 올리느니
인생은
겨울을 참아내며
봄 강물에 배를 다시 띄우는 일

갈길은 멀고
해는 서산마루에 걸렸어도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오게 되어 있나니
서러워마라
봄은
겨울을 인내한 자의 것이거늘

시인 김 소엽님이 봄을 기다리며 노래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겨울 지나면 봄이 오게 되어 있으니 겨울이 춥다고 서러워 할 것 까지는 없지요

요즘은 이상기후와 온난화로 딱히 언제부터 봄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천문학적으로는 춘분(3.21)에서 하지(6.22)까지라 하는데 춘분때는 이미 봄이 한창 와있고, 하지때는 너무 더운 것 같습니다
입춘(2.4)에서 입하(5.6)까지를 봄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요즘의 날씨에 비추면 이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봄은 동양학적 관점에서 시작을 의미합니다
사계절을 음양으로 구분하면 봄.여름은 양의 기운에 해당하고, 가을.겨울은 음의 기운에 해당합니다
또 오행상으로는 봄을 ‘木’의 기운으로 봅니다
‘木’의 기운은 시작, 뻗어남, 직진등의 의미이고, 해 뜨는 동쪽과 푸름을 상징합니다
우리네 인생에 비하면 소년기에 해당하고요

며칠전 정월 초하룻날 저녁에 생질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화개에 벚꽃 피면 찾아 뵙겠다고, 꽃이 피면 모든 것이 같이오나 봅니다
이원수님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생각납니다
그렇습니다
도비가 사는 화개골은 봄이 되면 환타스틱합니다.
노랫말 그대로 꽃천지에 꽃대궐이지요

<화개월령 花開月令>에 보면 정월에는 매화 동백이 피며, 이월에는 매화 산수유, 삼월에는 살구 복숭아가 핀다고 합니다
하동골의 대표적 봄꽃은 매화와 벚꽃입니다
매화는 하동골을 왼통 하얗게 뒤덮는 꽃입니다. 봄을 알리는 꽃중에서도 가장 이르게 피어나 맑고 청아한 향기와 고결한 자태로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지요

화개동천 10리길을 수놓는 벚꽃의 화사함을 시인들은 어떻게 노래할까?
화개가 좋아 화개로 이거한지 십수삼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벚나무 가지를 쳐다보기 한달여
터질 듯 터질듯하며 애태우다 끝내 터뜨리고 마는 꽃망울을 바라보며 또 얼마나 가슴 벅차고 황홀해 하였는지..

조금 지나면 정월 대보름날입니다
옛날엔 마을마다 동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동제는 지역에 따라 산제, 서낭제, 별신제 등으로 불리기도 하였는데 자연마을 중심으로 동민전체가 추렴을 하여 마을의 평안과 행운을 빌었습니다
요즘에는 동제 대신에 달집을 태우며 마을과 자신의 복을 비는 것 같습니다.
저녁에는 달맞이를 하면서 달의 빛깔이 붉으면 가믐이, 달이 흰색을 뛰면 장마가 들 징조로 받아 들였고,
달의 사방이 두터우면 풍년, 얄팍하면 흉년, 차이가 없으면 평년작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또 대보름날 해가 뜨기 전에 생밤, 은행, 잣등의 견과류를 깨물면 이가 튼튼해지고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었으며,
보름날 아침에 귀밝이 술로 차가운 청주 한잔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1년 내내 좋은 소식을 듣게 해 준다고 합니다.

한해가 시작되는 정초는 우주의 시작과도 같아 모든 만물이 생성되기 직전의 신성한 기간입니다.
이 기간에는 우주의 창조력으로 무엇이든지 이룰수 있다고 옛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섣달 그믐의 수세, 폭죽 대보름의 쥐불놀이, 달집태우기등의 민속행사는 지난 해의 묵은 것을 태우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삶의 준비 기간인 셈이죠

봄은 계절의 주기로 볼 때 시작입니다
우리네 삶에서도 봄은 시작입니다
지난 겨울이 혹독하고 견디기 매우 힘들었지만 봄은 오고야 말지요
이상화는 노래합니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도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