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이정석 훈장

시루에 콩나물을 길러 본 사람들은 안다. 소나기 퍼붓듯 한꺼번에 많은 물을 준다고 콩나물이 빨리 자라는 게 아니다. 필요한 양을 넘어선 것은 시루 구멍으로 빠져나갈 뿐이다. 더구나 한 번 퍼붓고 그만하면 충분한 양을 주었다 판단하고 며칠 물을 주지 않으면 아예 자라질 못한다. 콩나물은 필요한 만큼의 물을 때에 맞춰 꾸준히 주어야 쑥쑥 자라는 것이다.
자녀 교육도 그렇다. 자녀에게 필요한 만큼의 가르침을 때에 맞춰 꾸준히 주어야 한다.
평소에 어른에게 인사하는 법을 차근차근 가르치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너는 어른에게 인사할 줄 모르느냐.” 하며 호통을 치는 것은, 콩나물에 꾸준히 물을 주지 않다가 갑자기 소나기 퍼붓듯 물을 주고는 왜 쑥쑥 자라지 않느냐고 콩나물을 탓하는 것과 같다.
맹자는 ‘하루 햇볕이 뜨겁고 열흘 차가우면 아무리 생명이 질긴 것도 살지 못한다.’고 했다. 맹자의 다음과 같은 가르침은 부모가 꼭 명심해야 한다.

勿忘 勿助 (물망 물조) - 잊지 말고 돕지 말라

자녀 교육에서 잊지 말라는 것은 부모가 무관심하면 안 된다는 뜻이고, 돕지 말라는 것은 부모가 자기 기준으로 너무 앞서서 자녀를 끌고 가지 말라는 뜻이다.
콩나물도 무관심하면 자라지 않는다. 자녀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야지 어쩌다 생각이 날 때 혹은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가르치려 하면 자녀는 옳게 배울 수 없다.
돕지 말라는 것은 필요한 것보다 넘치게 주지 말라는 뜻이다. 과잉보호를 한다거나 부모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면 자녀는 자발성을 갖지 못하고, 끌려가다가 지치게 된다.
동물도 사람이 앞서서 가며 목에 맨 줄을 끌면 가지 않으려고 버틴다. 자녀가 어떤 일을 할 때, 눈을 떼지 말고, 자녀 뒤에 서서 스스로 일을 하게 해야 한다.
자녀에게 자발성을 키워 주어야 어떤 문제와 마주쳐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갖게 된다. 하나의 문제를 풀면 그 다음 문제가 기다리고, 그 다음 문제를 풀면 또 그 다음 문제가 기다리는 게 사람의 삶이다. 부모가 어느 한 문제를 앞장서서 풀어 주는 것은 그만큼 자발성을 퇴보시키는 것이다. 자발성을 발달시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이다.
콩나물 시루에 물 주듯 평소에 필요한 정도로 꾸준히 가르치고 꾸준히 타이르는 것보다 좋은 교육 방법은 없다.
양보의 미덕을 아는 자녀로 키우고 싶다고 하자.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하루를 잡아서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양보할 줄 하는 자녀가 될까. 그런 식으로는 효과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