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섬진강가에 삼시세끼 강조개국이 있어야만 밥을 먹는 강(姜)씨 성(姓)을 가진 할아버지가 살았다. 할아버지는 일주일에 3명 이상의 할머니(애인)를 만나야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특이 체질을 가졌다.
이 때문에 이웃 할아버지들로부터 ‘선천적으로 타고 났다’, ‘습관이다’, ‘선친을 옥녀봉 아래에 모셔서 그렇다’라는 등 시샘과 함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바람기도 계절을 탔다. 강조개가 나지 않는 상강(霜降)부터 이른 봄까지는 맥을 못 추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해 여름날 섬진강에 물난리가 나서 강변 사람들이 강조개를 먹지 못하게 되자 할아버지의 바람기도 갑자기 멈춰 버렸다.
평생을 두고 애를 태우던 할머니는 이 모든 비밀이 강조개에 있음을 알아차리고 시래기국과 된장국만으로 밥상을 차리니 할아버지의 바람기가 잡혔다.
문제는 이런 소문을 들은 동네 남정네들이 너도나도 강조개를 먹기 시작했고, 온 동네가 부부싸움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 때부터 강변 사람들은 ‘첩을 여럿 거느리고 하룻밤 사이에 3대를 본다’고 해서 강조개를 ‘재첩(再妾)’이라 불렀다.”
섬진강변을 중심으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재첩에 얽힌 사연을 재구성한 창작스토리다. 재첩에 대한 스토리는 그냥 지어낸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재첩에 들어있는 성분과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에 두고 있다.
실제 재첩에는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고 정자의 생식을 돕는 아연 성분이 다량 함유돼 꾸준히 먹으면 제2 제3의 강 할아버지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재첩에는 메티오닌과 시스틴, 타우린 같은 풍부한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작용해 간장 해독과 간 기능을 향상시키며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비만이나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포화지방산의 함량이 적은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고, DHA·EPA 같은 고도불포화지방산은 체내 중성기질을 저하시켜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계를 개선하는 등 혈행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재첩은 눈을 맑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간 기능을 향상시키고 황달을 치유한다. 몸의 열을 내리고 기를 북돋아 주며, 소변을 맑게 하고 당을 조절한다’라고 재첩의 효능을 기록하고 있다.
하동재첩의 성분에 대해서는 최근 (재)하동녹차연구소가 조개류의 성분과 비교분석한 연구자료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해산물에는 다량의 미네랄과 비타민이 함유돼 있어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데 특히 하동재첩에는 나이신(비타민B3)이 바지락보다 1.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동재첩에는 탄수화물과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는 비타민1이 바지락의 9배, 홍합의 4.5배나 되고, 비타민E도 바지락의 2배 이상 많아 근(筋) 기능 유지와 황산화작용에 뛰어난 기능을 한다.
그리고, 빈혈이나 철분결핍증상에 도움을 주는 철분도 다량 함유돼 있으며, 면역력 강화, 세포분열, 성호로몬 생성에 도움이 되는 아연도 바지락과 홍합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에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주는 칼슘이 바지락의 2배, 홍합의 3배 함유하고 있으며, 칼슘과 결합해 뼈의 주요성분이 되는 인도 바지락의 1.3배, 홍합의 2배 이상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하동재첩과 조개류의 비교연구를 통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동재첩의 성분과 효능이 담긴 홍보포스터를 제작해 재첩을 파는 관내 식당에 부착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물 맑은 섬진강에서 자라는 하동재첩에는 인체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이번에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성분과 효능이 담긴 포스터를 만들어 식당에 붙이게 됐다”며 “하동재첩 홍보와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동읍 주재/ 이강열 기자.hdgm97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