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문 찬인

2015 을미 한해가 저물어 간다.
참 복잡하고 답답한 한해를 보냈다.
그래도 괜찮았던 건 기름 값이다. 11년 만에 두바이 유가 최저치를 기록하였다는 뉴스와 고의 2~3일에 10~20원씩 내려가는 주유소의 휘발유 값 때문에 그나마 견딜 수 있는 한해가 아니었을까?

어떤 신문에서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선택하였다.
혼용무도(昏庸無道)이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길이 없다는 뜻이라 한다.
혼용(昏庸)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庸君(용군)을 이르는 말이고,
무도(無道)는 천하에 도가 없다는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따온 말이 라는 것이다.

이 ‘혼용무도’의 대표적인 게 진시황의 둘째아들 ‘호해’이다.
기원전 210년경 진시황이 지방 순행 중에 갑자기 죽자 환관 조고는 승상 이사와 짜고 진시황의 유언을 조작해 적장자가 아닌 둘째 호해를 후계자롤 옹립한다.
호해는 환관 조고와 승상 이사의 농간으로 실정과 폭정을 거듭하다가 즉위 4년 만에 항우와 유방이 이끄는 반란군이 함양에 임박하자 결국 자결하고 만다.
많은 교수들이 왜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를 선정하였는지? 그 시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 모두가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2016년은 병신년(丙申年)이다.
육십갑자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천간 10개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지지 12개를 조합하여 순차적으로 붙여진다.
천간과 지지를 다시 ‘목화토금수’의 오행으로 각각 나눈다.
천간인 ‘丙’ 은 오행으로 ‘火’에 속하고, 붉은 색을 의미한다.
지지 ‘申’ 은 오행으로 ‘金’에 속하고, 동물로는 원숭이이다.
그래서 내년 병신년은 붉은 원숭이의 해가 된다.

붉은 원숭이는 학명으로 레서스몽키(Rhesus monkey)이고, 붉은 털 원숭이 또는 히말라야 원숭이라고도 한다.
아프카니스탄 동부와 중국의 사천성, 운남성 일대, 인도 네팔 등지에 분포해 있다고 한다.
몸빛깔은 붉은 갈색이고, 허리는 주황색, 얼굴은 분홍색이라는데 직접 보면 참 귀엽고 예쁠 것 같다.
성질이 온순하다 하니 빨간 원숭이에 걸맞게 내년의 우리 삶도 편안하고 순조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진화론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되었다고 하는데 그 주장이 참이라면 원숭이는 우리의 조상이다.
그렇다고 보면 내년이 우리 조상님의 해가 아닌가?
아마도 내년은 조상님의 음덕으로 만사가 순풍에 돛을 단 격일 것이다

‘군자는 가슴에 꽃을 달지 않는다.’
어느 노 철학자가 지은 책의 이름이다.
그분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자기를 과시하거나 폼을 잡지는 않는다는 뜻 쯤 될 것 같다.

내년 4월에 300여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건국이후 스무 번째나 국회의원을 뽑지만 사실 누가 당선되어도 우리네 삶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동안 스쳐간 수많은 국회의원들의 선거 때 공약대로 라면 우리 지역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낙후지역이고 우리나라의 변방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면 그때부터 지역의 왕이다.
국회의원이 지역에 나타나면 공천에 목을 맨 군수, 도의원, 군의원들이 줄줄이 수행하고 지역에서 말 깨나 한다는 사람들은 국회의원하고 악수 한번 한 것이 큰 자랑이다.
甲중에 甲이 국회의원이다.
지역의 만사가 국회의원으로 통한다.

2016 병신년에 뽑히는 국회의원은 가슴에 꽃을 달지 않았으면 한다.
선거 때의 그 모습대로 민의의 대변자요 지역의 심부름 꾼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단상이나 앞자리에 앉아서 가슴에 꽃이나 달고 축사나 하고 떠나는 그런 높은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또 선거에 나오거든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고 전해라.
찍어 달라고 돈 주거든 자존심 상해 못 찍는다고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