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비 문 찬인

참 기쁜 소식이다.
군수 주민소환운동 추진본부와, 군수, 의회의장이 제정당 봉사단체의 중재형식을 빌어 무상급식의 원상회복에 합의 했다고 한다.
결단을 내린 군수와 학부모단체에 박수를 보낸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걸음씩 물러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간 양측의 공방은 날카로웠다.
표현도 과격해지고 마치 5만군민이 양쪽으로 편을 갈라 싸우는 형국이었다.
양식 있는 많은 군민들이 분열을 우려했고, 군수소환운동의 성패를 떠나 불거진 감정의 골을 어떻데 메워야 할지 걱정했다.
그런 우려와 걱정을 한방에 날려준 군수와 학부모 단체에 군민의 한 사람으로 거듭 감사를 드린다.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선언, 그리고 윤상기군수의 적극적인 지지성명, 불과 몇 달 사이에 원상회복 합의를 하고 말 일을 왜 이 난리통을 만들었을까?
아이를 가르치고 밥을 먹이는 일에 왜 정치가 개입했을까?
혹자는 보수의 아이콘이 되고 싶어 하는 홍지사의 대권놀음 탓이라고 말한다.
도지사는 그렇다고 치고 윤상기 군수는 왜 남보다 앞서 홍지사 지지선언을 했을까?
혹자는 말한다.
돈 없는 하동이 도지사에게 잘 보여 예산지원을 많이 받으려면 이럴 때 점수 따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한다.
재정자립도 10% 이하이고 군민이 낸 세금으로는 공무원 인건비조차 되지 않는 하동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한사람의 대권놀음과 또 한사람의 점수 따기로 5만군민이 이 난리를 치고 아이들이 밥 때문에 힘들어 했다는 것이 너무도 서글프다.
복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 아래 행해진 일이라면....
하동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면.......
도비의 이 어이없음도 그래도 묻혀 나갈 수 있었을 터인데 뭔가 아쉽고 참으로 황당하다.

지방자치는 무엇일까?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로부터 자주적으로 지역 내의 사무를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처리하는 것을 그 본질적 기능으로 한다.
무상급식은 국가사무가 아닌 지방 사무이다.
그래서 국가의 지원 없이 도와 시군이 재원을 적절히 분담하여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다.
문제는 도와 시군간의 관계이다.
도는 광역자치단체, 시군은 기초자치단체로 법률적 독립을 인정하였지만, 시군은 각기 도로부터 일정부분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어 있어 이런 점에서 상하 또는 갑을간의 관계가 성립한다.
무상급식도 도의 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시군의 재정능력으로는 시행에 어려움이 많다.
홍준표 도정이후 도의 재정지원 권한을 앞세운 시군 줄 세우기가 더욱 심화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하동의 열악한 재정 현실도 서글프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절차이다.
아무리 목적이나 결과가 좋아도 대화와 절차를 무시하면 독단이 되고 그 효과를 반감시킨다.
홍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고 도의 재정지원 권한을 남용하여 시, 군 줄 세우기를 할 때 학부모, 군민들과 대화하고 논의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도에서 저 난리인데 편을 안들 수 도 없고 어쩌면 좋겠습니까? 안 따르면 예산지원도 줄어들고 머리가 아픕니다."
진솔하게 학부모와 대화하고 군민의 여론을 수렴하였더라면 주민소환운동 같은 일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군수는 도지사의 부하가 아니다.
군수는 군민이 선택한 대표이자 하동군민의 부하 일뿐이다. 중대한 현안들을 결정할 때 군민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민소환운동은 군수 취임 1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은 그 평가를 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조급하였을 뿐 아니라, 수뢰, 불법 등의 결정적 하자가 없어 그 명분 또한 부족하였다.
행정형태나 군민을 대하는 태도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는 군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과 보수적 색채가 농후한 전형적 농촌사회인 하동에서 언제든 군민이 집단으로 자기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든 점에서는 그 공이 작지 않다 할 것이다.
합의 이후 작년도 수준의 무상급식 원상회복은 아니다 라는 군 공무원의 해명자료가 보도되고 있는데 이건 정말 옥의 티이다.
합의를 하였으니 최선을 다해 도를 설득하고 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여야지 나중에 도에서 지원하는대로 따라 가겠다는 발상은 하동군 공무원의 자세가 아닌 것 같다.
너무도 소극적이고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하동을 위해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는 윤상기 군수 휘하의 공무원이라면 좀 더 적극적이고 좀 더 진취적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