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비 문 찬인

별천지(別天地)
속된 세상과는 아주 다른 세상을 말하는 것으로 仙境(선경), 낙원, 무릉도원을 의미한다.
하동이 별천지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5.1.23. 서울에서 열린 ‘2015 중국 방문의 해’ 개막식에 축하메세지를 보내면서 통일신라시대 대학자인 최치원의 시를 인용하면서 부터이다.

東國花開洞 동쪽나라 화개동은
壺中別有天 호리병속의 별천지라네

호리병속의 별천지는 중국 ‘후한서’에 나오는 고사이다.
후한시대 중국 하남성의 작은 마을에 비장방이란 관리가 살고 있었는데 이 마을에 호공(壺公)이란 노인이 시장에서 약을 팔고 있었다.
호공의 약이 매우 효험이 있어서 사람들이 앞 다투어 약을 사러 모여 들었다.
부자에게는 비싸게 팔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았다.
관리인 비장방이 호공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어느 날 장이 파할 무렵 호공이 장사를 마치고 호리병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매우 신기하여 다음 장날에 호공에게 간청하여 호리병 속으로 따라 들어갔다.
호리병속에는 커다란 마을이 있었고 화려한 건물들이 있었으며, 모두가 부유하고 평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에 호공이 자신이 신선임을 밝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이곳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비장방도 호공을 따라 신선수련을 하여 나중에 신선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별천지는 바로 청학동(靑鶴洞)이다
청학동은 하동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진주 서쪽 147리 지점에 있다하고, 남겨져 있는 ‘청학동도’에서는 앞에는 섬진강, 남쪽에 백운산, 우측에 천왕봉이 그려져 있으니 하동이 틀림없다.
‘청학동비결’ ‘영평대신도본’등의 책에 의하면
청학동은 그곳에 가면 누구라도 복을 누릴 수 있는 복지(福地)이며, 푸른 학이 살고 있고,
흉년, 질병,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라 한다.
‘도선국사’는 천하에 낙원이 세 곳이 있는데 중국의 기산과 곡부, 우리나라의 청학동이 그곳인데 그중 청학동이 최고라 하였다.
100장의 청학동 지도가 모이면 청학동이 열린다는 전설대로 하동이 동방제일의 땅으로 거듭날 날이 그리 머지않았을 것이다.

하동을 일러 불이삼포지향(不二三包之鄕)이라 한다,
섬진강, 지리산, 남해바다 즉 산과 강 그리고 바다를 동시에 갖고 있는 땅은 하동 이외는 없다는 말이다,
백두산에서 발원된 한반도의 기운이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지리산에서 뭉뚱거려진다.
그래서 지리산을 한반도의 배꼽이라 부른다. 단전은 그 아래에 있다.
지리산 남면(南面)의 따뜻한 곳 하동이 바로 한반도의 단전(丹田)이다. 기의 바다 기해혈(氣海穴)을 말한다.
섬진강은 단전인 하동을 품에 감싸 안고 돌고 있으며
남해바다는 멀리 태평양의 거친 기운을 부드럽게 막아주고 있다.

산과 강 그리고 바다가 만나는 곳에 역사는 그 신비를 만들어 낸다.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말처럼 산과 강 그리고 바다가 세월을 만나 전설을 만들어 내었다.
한민족의 또 다른 시원(始原)이 그것이다.
우리 한민족은 시베리아 바이칼호 근방에서 순록을 키우며 살다가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이야기와
파미르고원에 시작되어 중국대륙을 횡단하여 한반도로 왔다는 이야기, 60~70만 년 전부터 한반도 남부에서 자생하였다는 주장 등이 있으나 학계에서는 바이칼호에서 떠나온 사람들과 대륙을 횡단하여 온 사람들, 그리고 한반도 남부에서 스스로 발생한 사람들이 합하여져 오늘날의 한민족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남부에서 스스로 발생한 사람들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도비의 추론은 하동 땅이다.
산과 강, 바다를 다 갖고 있으니 역사와 신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제일 높을 뿐 아니라 빼어난 절경이 아닌데도 마치 고향을 찾는 귀소본능처럼 하동을 찾는 도시인을 보면서 하동이 우리나라 사람 마음 어딘가에 그 근원으로 남아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麻姑城(마고성)에서 선천(先天)을 남자로, 후천(後天)을 여자로 하여 궁희와 소희를 낳아 인류가 시작되었다는 지리산 마고할매의 신화,
지리산 형제봉에서 두천인(天人)과 두천녀(天女)가 서로 사랑을 하다가 금가락지를 떨어뜨려 악양이 되었다는 전설,
남원, 구례, 함양, 산청 사람들은 감히 엄두 낼 수 없었던 삼한시대 변한 낙노국의 건설, 공룡 알 화석 등으로 고성,해남의 공룡보다 더 활발했다고 밝혀진 하동 땅의 공룡 등. 별천지 하동에서 한민족의 또 다른 시작이 태동되었을 것이란 추측이 무리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