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수 논설위원

김다현 길에는 다현이가 없고, 정호승시인 길에는 정호승 시인이 없다.

중국의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루쉰은 “원래 땅 위에 길이란 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걸어간 흔적은 없는데 주인이 되는 길도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트롯 열풍에 정동원군과 김다현양 등 하동출신 트롯 신동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자 하동군에서는 발 빠르게 트롯 신동의 이름을 붙인 정동원길, 김다현길을 선포하고 내친김에 구 하동역에서 철교까지의 폐철길을 정호승 시인 길로 정했다고 한다.

진교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할아버지와 함께 꿈을 키워왔던 동원이의 추억이 있는 길이야 그렇다 손 치더라도 김다현길과 정호승시인 길은 생경스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다현길은 아버지 김봉곤 훈장의 고향 청학동이 딸의 유명세에 자동 상속 된 것일까?

정호승 시인 길 역시 유년기에 아버지 직장 따라 잠시 하동에서 살았다고 하나 하동에서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철길이 놓이기 전이었을 것이다. 설령 이들의 유명세가 관광 하동을 홍보하고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 할지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 수 있을까마는 어리석은 필자의 소견으로는 사람의 이름을 도로명으로 결정하는 일이 최소한의 형식적인 절차만 거쳐 결정해도 될 만큼 사소한 일은 아닌 듯 싶다.

퇴계 선생과 쌍벽을 이루었던 조선 중기 대 유학자 남명선생의 고사가 전해 오는 회남재 길이 김다현 길로 불리고, 1968년 경전선 개통식 자리에서 故 박정희 대통령께서 예비군 창설을 선포했던 역사의 현장부터 철교까지를 정호승 시인 길로 결정한 명칭 심사위원들의 사려 깊은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군민은 얼마나 될까?

공자는 도(道)는 곧 직(直)이라 했다. 우리 속담에도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말이 있듯, 길이란 곧고 바른 것을 말하지만 길의 이름을 결정하는 길이 바르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섬진강 뱃길, 지리산 열차길, 남해바다 물길 등 지도에 없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세상에 둘도 없는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도에도 없는 새로운 길, 상상의 길, 기적의 길이 하동의 미래가치를 창조하고 100년 먹거리를 만들어 풍요롭고 행복한 하동군을 만들겠다는 확신에 찬 의지가 군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길이 아닌 사랑 받는 바른 길이 되길 바란다.

자벌레의 길은 나뭇가지에 있고 홀씨들의 길은 바람의 갈피에 있고 연어의 길은 물속에 있다고 한다.

사람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