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가장 어렵고 궁극적인 것이며, 최후의 시련이요 다른 모든 일이란 실로 그 준비에 불과 합니다. 사랑하는 일이란 한결 높고 고독한 독거입니다’
체코 출신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한 시인 지망생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모아서 펴낸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에 담겨진 내용들 중 한 구절이다.
우리들은 늘 ‘사랑’을 쉽게 그리고 흔하게 말한다.
그래서,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사랑이란 말은 너무너무 흔하다.
사랑, 한번쯤은 쓰지 않으려고 해도 도무지 그렇게 되지가 않을만큼 소중한 말인데 반해 현세(現世)에서는 어떤 허울을 쓴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다 보니 그 가치의 진정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들 한다.
어찌 되었건 ‘사랑’이라는 말의 가치는 그 만큼 크고도 소중하기에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영원히 늘 필요한 것이 ‘사랑’일 것이다.
무더위가 한껏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에 하동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하동군시각장애인들의 단합대회 및 하계 수련회가 열렸다.
한시간 전부터 앞서 행사가 열리고 있던 어느 관변단체의 넉넉하고도 푸짐해 보였던 행사장에를 들렀다가 서둘러 간 터라 두 행사장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평소에도 소외받기 쉬운 계층으로 분류가 되는 이들을 위한 그 행사장의 준비 상황이나 참석한 내빈 등 모든 것 들이 너무 작고 부족해 보였다.
뿐만아니라, 무더위에 차(茶) 한잔이라도 시원하게 대접 하려는 봉사단체 회원들이 얼음 한조각이 없어서 난감해 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수상자들을 위해 준비한 부상과 누군가를 위해 마련했을 경품의 수준도 그랬다.
물론, 두 행사가 서로 의미는 크게 달랐지만 시각 장애우들에게 있어서 이날의 그 자리는 결코 쉽지도 않은 자리였으며, 흔치도 않을 그런 자리였기에 더 없이 많은 사람들의 절대적인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했었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서는 그렇게 흔하다는 사랑, 사랑, 사랑 타령이 어쩐 일인지 들리지를 않았다.
그러나, 하동군시각장애인협회 배춘국 회장은 말했다.
“우리는 외롭지 않다”며, “그러니 용기를 잃지말고 꿋꿋하게 살아가자”고....
하지만, 뒤이어 얼핏 군수, 도의원, 군의원, 서장, 조합장을 비롯한 각 기관단체장들을 ‘높으신 분들이라’ 일컫는 그 한마디가 입안을 씁쓸하게 했다.
앞을 보지도 못하는 그 분들에게 까지도 지금껏 그저 높은 분들로만 비쳐져 왔던 이들이 스스로 깊이 반성을 해야만 될 듯 싶었고, 근본적으로는 각종 편견(偏見)들이 버젖이 존재하고 있는 이 대한민국의 사회가 열 번 스무번은 바뀌고 또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그 분들과는 계층과 계급이 다른 높으신 분들이 아니라, 그 분들의 두 귀가 솔깃 하도록 명망(名望)이 들리게 하고, 늘 가까이에서 따뜻하게 감싸 쥔 손 끝에서 정(情)이라는 것이 느껴지게 해 자연스레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이라 일컬어 질수는 없었는가 싶었다.
아무튼, 뒤이어 그 자리에서 윤상기 군수는 ‘몸이 불편하고 어려운 분들이 잘사는 하동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라며, 장애우들을 비롯한 소외받기 쉬운 계층들을 위한 신임 군수로써의 포부를 밝혔다.
따라서, 어디를 가든 문턱이 높지를 않아 장애우들의 걸음 걸음에 힘겨움이나 막힘이 없고, 가슴이 터질 듯 지르는 그 외침을 누구나 분명하게 들을 수 있는 그런 하동군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