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은 연두색 빛으로 새 단장을 하고 야산엔 봄꽃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아지랑이 가물가물 개울 물소리는 바위틈을 비집고 지친기색도 없이 쉼 없이 흘러 흘러갑니다.

가끔씩 하늘을 보고 내 마음도 구름 따라 흘러흘러 당신은 지금쯤 어디에머물고 있는지 상상을 해보며 따뜻한 봄볕에 이끌려 가끔씩 먼 산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당신은 가신지도 2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둘이서 팔짱끼고 걸었든 길이 혼자 걷는 길이 되었습니다.

뇌병변 환자라 감정도 표현도 없었던 당신이 지리산 공기가 물이 먹 거리가 약보다 더 좋아 한 끼에 7곱 봉지 먹던 약을 다 버리고 비가오지 않는 한 날마다 손잡고 산책을 하면서 지팡이를 버리고 혼자 힘으로 걸었을 때 세상을 다 얻은 듯 했습니다.

우리 부부의 손잡고 걷는 모습을 지켜본 이웃분이 하동군청에 제보를 하여 바르게살기운동 경남본부에서 1년에 한 번씩 상을 주는데 하동군 대표로 아름다운 가정 상을 받고 KBS 창원 방송국에서 스토리 인이라는 프로에 나오고 KBS 전국 방송에 재방송으로 나왔습니다.

병으로 인해 불행한 것만은 아니였습니다, 남편의 병으로 인해 지리산으로 오게 되고 자녀들이 효자 효녀가 되고 잃는 것보다 얻는게 더 컸습니다. 뇌병변 환자라 순수 그 자체로 아기 같은 남편을 보살피며나도 생명이 정화되어 내 이기심을 버리고 상대를 배려했을 때 가정의 평화가 가족과의 화목이 선물로 돌아 왔습니다. 급한 성격이 느긋하게 바뀌고 느림의 미학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 비운 자리엔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남들이 빨리 갈 때 우리가 느리게 간다고 세상은 달라질 것도 없었습니다. 발밑에 피어나는 작은 꽃도 예쁘고 하늘의 뭉게구름도 참 아름다웠습니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모든 사물이 모두 스승 이였습니다. 나를 의지해 10년을 덤으로 사시다 돌아가실 때 임종의 상이 그렇게 편안한 모습을 지켜본 가족친지 모두가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46년을 함께 해온 우리 부부의 삶속에 희노애락 모진병고 가난 갈등 어디 행복하기만 했겠습니까 당신 얼굴의 근심 고통을 덜어내고 웃음을 안심을 사람답게 사는 모습을 ckc아 드릴 수 있었던 일들이 모두 감사로 변하여 지금의 내 행복과 무관 하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더 당신이 감사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별별 일을 다 했지만 건강 검진 에 조금 살찐 거 말고는 모두 정상 이였습니다.

안경 없이도 밤에 신문을 볼 수 있고 남편과의 10년 지리산 생활이 체질 개선이 되어 별 다른 통증이 없습니다. 꾸준히 한 걷기 운동, 채식 맑은 공기 깨끗한 물 모두가 지리산이 내어준 선물 덕택입니다.

남편과의 마지막 10년을 아름다운 추억을 과거라는 이름으로 묻어 두고 나를 위해 요가도 배우고 게이트볼도 치고 여행도 다니고 사진도 찍고 글도 가끔씩 써보고 외롭고 쓸쓸하지 않는 노후를 대비해서 취미도 살리고 자녀 형제 친지 우인 등 사람이 찾아 올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 언제 누가와도 시장가지 않고 바로바로 시골 밥상을 차려 낼 수 있게 산천에 나는 식재료를 잘 활용하고 지금 이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더 노력하고 나를 발전시켜 가려고 합니다.

노후 대책으로 경제도 궁핍하지 않게 준비가 되어있고 모두가 남편이 제게 준 큰 선물이 되어 너무너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