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岩萬木一涼生(천암만목일량생) 수많은 바위와 숲엔 서늘한 바람이 이는데,

不是風聲卽雨聲(불시풍성즉우성) 바람소리인가 했더니 바로 빗소리라네.

橋頭烟柳山猶暗(교두연류산유암) 다릿가 버들은 안개끼고 산은 아직 어두운데,

鏡裏流沙水自明(경리류사수자명) 거울 속은 모래 흐르고 물은 절로 밝다네.

惜別人歸雲北路(석별인귀운북로) 구름 따라 북으로 가는 사람과 작별하고,

讀書君向海南城(독서군향해남성) 그대는 해남성을 향해 사가독서하러 가네.

趙老品題且莫問(조로품제차막문) 조주스님께 차 품평을 묻지를 마소,

僧來不答愧茶名(승래불답괴다명) 스님은 와서 차이름 부끄러워 대답 않네.

隱寂庵[은적암] 화개면(花開面) 범왕리(凡旺里) 신흥동(神興洞) 신흥사지(神興寺址) 뒤편 산 중턱에 있 있는 암자로 일명 내은적암(內隱寂庵), 은암(隱菴)이라고도 한다. 칠불사(七佛寺)의 말사(末寺)로 신라시대 때 創建된 것으로 추측되나 확실한 창건 시기는 알 수 없다. 1560년(41세) 청허(淸虛) 휴정대사[休靜大師/西山大師]가 이곳으로 돌아와 1564년 여름쯤 3평 정도의 암자를 다시 짓고 “삼가귀감(三家龜鑑)”을 저술하였으며, 은적암(隱寂庵)은 휴정대사(休靜大師)가 스스로 지은 암자 이름이다. 즉 거처할 방 이름 즉 당호(堂號)를 청허당(淸虛堂)이라 한 것이다. 청허(淸虛)라는 호(號)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涼生(양생) : 서늘한 바람이 일다.

不是(불시) : ~이 아니다.

橋頭(교두) : 다리의 근처(近處).

鏡裏(경리) : 거울 속. 이 시에서는 깨끗하고 맑은 화개천(花開川)을 말함.

北路(북로) : 예전에, 서울에서 함경도로 통하는 길을 이르던 말.

賜暇讀書(사가독서) : 조선시대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젊은 문신(文臣)들에게 휴가를 주어 학문에 전념하게 한 제도이다. 독서당(讀書堂), 호당(湖堂) 등으로도 불린다.

海南城[해남성] 전라남도(全羅南道) 해남(海南).

趙老(조노)는 趙州 從諗(조주 종심.778~897)선사 이다. 조주 종심(趙州 從諗)선사(禪師)는 조주(趙州)의 관음원(觀音院)에 주석하면서 조주 고불(趙州古佛)의 명호를 얻은 당(唐) 나라의 선승(禪僧) 종심(從諗)을 가리킨다. 차를 말할 때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화두는 우리말로 "차 한 잔 마시고 가라[끽다거(喫茶去)]"의 조주선사(趙州禪師·778∼897)다.

不答(부답) : 대답(對答)하지 아니함.

※ 하동과 관련된 차시(茶詩)로는 “우후채신다(雨後採新茶)”,“전다(煎茶)”등 8수(八首)가 있으며, 시(詩)로는 “제쌍계사벽(題雙溪寺壁)”,“방칠불선원(訪七佛禪院)”등 13수(十三首)가 전한다.

금명 보정[錦溟 寶鼎.1861(철종12)∼1930]. 조선말 승려.

본관(本貫)은 김해(金海). 성(姓)은 김씨(金氏). 법명(法名)은 보정(寶鼎). 호(號)는 금명(錦溟). 자(字)는 다송(茶頌)인데 스님들끼리는 ‘다송자(茶松子)’라 불렀다. 전남 곡성군 석곡면 운월리에서 출생. 문집(文集)에《다송시고(茶松詩稿)》가 있다. 17세 때 아버지의 명으로 출가하여 송광사(松廣寺) 금련선사(金蓮禪師)의 제자가 되었으며, 경파(景坡)에게서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부휴 계통의 법맥을 이은 것으로 평가된다.

차(茶)에 대한 조예가 깊었으며, 80여 수(首)의 많은 차시(茶詩)를 남겨 한국불교의 선다(禪茶)를 이끌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다성(茶聖) 초의선사(草衣禪師.1786~1866)의 《동다송(東茶頌)》을 스님이 《백열록(柏悅錄)》에 필사함으로써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조계고승전(曹溪高僧傳)》《다송문고(茶松文藁)》 등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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