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菴寂寂白雲間(유암적적백운간) 적막한 암자는 흰 구름 사이에 있고,

路滑蒼苔升樹闌(로활창태승수란) 이끼 낀 미끄러운 나무 난간을 오르네.

筇投上界千林鳥(공투상계천림조) 지팡이 던지니 숲속의 새들 하늘로 날고,

眼掛天涯萬挅山(안괘천애만타산) 눈앞엔 수많은 산이 하늘가에 걸려있네.

數掬香羞茶半飽(수국향수다반포) 몇 웅큼 향기로운 음식과 차로 반쯤 배를 채우니,

一聲草笛月中還(일성초적월중환) 한 가락 풀피리 소리 달밤에 들려오네.

問君尺地來何暯(문군척지래하막) 그대는 지척의 거리를 왜 이리 늦게 오시는가?

第待登庭不掩關(제대등정불엄관) 사립문 열어서 뜰에 오르길 기다리네.

隱寂菴[은적암] 화개면(花開面) 범왕리(凡旺里) 신흥동(神興洞) 신흥사지(神興寺址) 뒤편 산 중턱에 있었던 암자(庵子)로 일명 내은적암(內隱寂庵), 은암(隱菴)이라고도 한다. 칠불사(七佛寺)의 말사(末寺)로 신라시대(新羅時代) 때 창건(創建)된 것으로 추측된다. 1560년(41세) 휴정대사[休靜大師/西山大師]가 이곳으로 돌아와 1564년 여름쯤 3평 정도의 庵子를 다시 짓고 “삼가귀감(三家龜鑑)”을 저술하였다. 내은적암(內隱寂庵)은 청허(淸虛) 휴정대사(休靜大師)가 스스로 지은 암자 이름이다. 즉 거처할 방 이름 즉 당호(堂號)를 청허당(淸虛堂)이라 한 것이다. 청허(淸虛)라는 호(號)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寂寂(적적) : 적적하다. 적막하다.

上界(상계) : 신들이 살고 있다는, 하늘 위의 세계.

天涯(천애) : 하늘끝. 하늘가.

羞[부끄러울 수] (음식을)올리다. 드리다.

半飽(반포) : 배를 절반 밖에 채우지 못하다. 양이 차지 않다.

尺地(척지) : 사방 한 자의 매우 작은 땅. 아주 가까운 땅.

掩關(엄관) : 사립문을 닫다.

※ 하동과 관련된 차시(茶詩)로는 “우후채신다(雨後採新茶)”,“전다(煎茶)”등 8수(八首)가 있으며, 시(詩)로는 “제쌍계사벽(題雙溪寺壁)”,“방칠불선원(訪七佛禪院)”등 13수(十三首)가 전한다.

금명 보정[錦溟 寶鼎.1861(철종12)∼1930]. 조선말 승려.

본관(本貫)은 김해(金海). 성(姓)은 김씨(金氏). 법명(法名)은 보정(寶鼎). 호(號)는 금명(錦溟). 자(字)는 다송(茶頌)인데 스님들끼리는 ‘다송자(茶松子)’라 불렀다. 전남 곡성군 석곡면 운월리에서 출생. 문집(文集)에《다송시고(茶松詩稿)》가 있다. 17세 때 아버지의 명으로 출가하여 송광사(松廣寺) 금련선사(金蓮禪師)의 제자가 되었으며, 경파(景坡)에게서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부휴 계통의 법맥을 이은 것으로 평가된다.

차(茶)에 대한 조예가 깊었으며, 80여 수(首)의 많은 차시(茶詩)를 남겨 한국불교의 선다(禪茶)를 이끌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다성(茶聖) 초의선사(草衣禪師.1786~1866)의 《동다송(東茶頌)》을 스님이 《백열록(柏悅錄)》에 필사함으로써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조계고승전(曹溪高僧傳)》《다송문고(茶松文藁)》 등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