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예나 지금이나 감정이입에 대상물이 되어 웃고 울고 화내보는 거울로도 삼았고, 또 정서 표출의 등가물로 이용되고 있으며, 밤의 서정적 배경으로도 이용된다. 아이나 어른이나 기분이 좋을 때라면 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고, 슬플 때라면 눈물을 머금고 있거나 흘리고 있는 것으로, 화가 났을 때라면 씩씩거리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고 보일 것이다. 그 한 예가 방정환의 동요<형제별>이 아니겠는가.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별이 둘이서 눈물 흘린다.” 그야말로 기쁨과 슬픔이 동시적으로 교차하고 있는 노래이다. 그리고 달이 고향의 어머님 얼굴의 대체물이 되고 동시에 고향에의 그리움을 표현해 보는 정서적 등가물이 되듯, 별도 역시 그렇다. ‘하늘과 바람과 별’의 시인이라고도 지칭할 수 있는 순정의 시인 윤동주는 <별 헤는 밤>이란 시에서 가을 밤 하늘의 별을 헤아려 보며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라 불러보며 자기의 심경을 실어보고 있다.
역시 그가 사숙했던 라이나마리아 릴케도 <두이노의 비가(悲歌)> 중 제10가에서 여러 별에게 그 모양새에 알맞은 이름을 자기 나름으로 붙여주며, 특히 남쪽 하늘에 있는 별자리를 두고 “순결하고 맑게 빛나는 M/ 그것은 어머니를 의미하도다”라고 읊조렸다. 뭐니 해도 별은 어머니에 대한 자유연상이 가장 강한 자력성을 띠고 있음은 동서를 구별할 여지가 없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 있는 유행가 <고향만리>에서 남십자성을 바라보며 어머니 얼굴을 떠올려도 보았고, 또 현실생활에서도 그런 예는 너무나 많다. 가령 베트남 전쟁 당시 파월병사의 수기에서 그곳 밤에 잘 볼 수 있는 남십자성을 언급하면서 고향과 어머니의 그리움을 거의 하나 같이 적고 있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별이 서정적 밤 배경이 된 작품의 경우라면, 프랑스 작가 알퐁스도데의 명단편 <별>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목동인 주인공이 주인집 딸을 사랑한다는 얼개 속에 밤하늘의 별과 청춘의 낭만적인 서정을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듯 그려준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그나마 젊은 시절,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양 감동하며 황홀해 했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자, 이젠 산보를 마치기로 하자. 과학이 최고도로 발달되어 가고 있는 지금도 우주의 별들은 신비하고 신기하다. 영원한 불가사의다. 우리의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이른바 ‘우리은하’의 탐험도 알고 보면, 태평양 한 가운데 떠있는 한 점 조각배요, 구우일모(九牛一毛)인데, 하물며 외계 은하의 탐험은 은하철도 999를 타고 우주여행이나 유람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는 이상, 설사 인류 역사가 끝날 때까지라도 겨우 한강 한바닥에서 모래 한 알 건져 올리는 격에 지나지 않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우주의 별들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미리 알고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학의 메시아니즘만 너무 신봉한다면, 언젠가 우리 인류가 성경 속의 바벨탑 비극 같은 또 다른 새로운 슬픈 비극을 맞지나 않을까 싶어 미리 걱정도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