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문 찬인

작년 여름 새로운 군수의 치세가 시작되면서 ‘알프스 하동’ 이란 슬로건이 하동 전역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좀 생경하고 엉뚱하다 싶어 많은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그 진정한 속뜻을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하동과 알프스는 어울리지 않는데 왜 느닷없이 알프스를 들고 나왔을까?’
이런 의문이 1년여 넘게 계속되었다.

최근 엉뚱하게도 ‘산악관광’이란 주제로 글을 쓸 일이 있어 관련 자료를 두루 찾다가
‘ 아! 알프스 하동에는 이런 속뜻이 숨어 있었구나’ 하며 스스로의 무지를 크게 부끄러워했다.
알프스 하동은 바로 산악관광의 활성화와 연관된 함의가 있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산악관광’
이미 프랑스, 스위스, 중국, 일본 등에서는 유명한 산악지대에 산악열차, 케이블카, 숙박시설, 전망대등의 시설을 설치하여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고, 낙후된 산촌지역의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있다.

내가 잘 아는 유명한 엄모 경제학 교수는 이번 여름휴가를 프랑스 샤모니 마을에서 보낼 예정이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샤모니 마을은 알프스 3대 영봉중의 하나인 몽블랑산 아래에 있다.
이곳에는 산을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가 있어 해발 3842m에 있는 전망대에서 몽블랑산을 둘러볼 수 있고,
산악열차 빙하투어는 물론 스키, 패러글라이딩, 트레킹 등의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거기다 저녁마다 몽블랑산 중턱 호텔에서 차를 마시며 내다보는 알프스의 야경은 환상 바로 그 자체라 한다.

중국 상해에서 여행업을 하는 원 총경리는 한국관광을 계획하면서 지리산 등산을 고려하였는데 결국은 쇼핑과 드라마 촬영지를 둘러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한국의 유명 산에는 중국과 달리 케이블카나 곤돌라가 없어 무조건 걸어 올라가야 하고, 숙박시설마저 대피소정도에 불과하여 산을 찾는다는 것은 짧은 여행일정과 장애로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다.

알프스에는 유럽인들이 즐겨찾는 3대 영봉이 있다.
몽블랑, 마테호른, 융프라우가 그것이다.
모두 해발 4000m가 넘는 고봉들로 몽블랑은 프랑스, 마테호른과 융프라우는 스위스에 속한다.
몽블랑산 아래에 있는 샤모니 마을.
지역주민이 1만 명도 안 되는 작은 산골 마을이지만 산악관광으로 연간 18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곳이다.
해발 1035m에 위치한 이 마을은 몽블랑( 4810m)등 알프스 고봉에 둘러싸여 있다.
샤모니 시내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몽블랑 전망대 ‘에규 뒤 미디 (3842m)’ 까지 누구나 쉽게 갈수 있을 뿐 아니라 지척에서 몽블랑을 볼 수 있다. 시간도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장 25km의 스키코스를 포함하여 총 470km의 스키코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250km의 트레킹 코스가 몽블랑을 중심으로 주변 산을 일주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있다.
알프스에서 두 번째로 큰 빙하 ‘메르 드 글라스 (얼음의 바다)’ 는 해발 1913m에 위치해 있는데 샤모니 마을에서 산악열차로 쉽게 가 볼 수 있다.

스위스의 체르마트 마을 (해발 1620m)은 ‘산들의 왕’이라 불리는 마테호른 아래에 있으며 인구 6천명의 작은 마을에서 연간 13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곳이다.
에델바이스 등 1000여종이 넘는 알프스의 야생화로도 유명하다.
마테호른의 비경을 볼 수 있도록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는 해발 3089m까지 오르고, 유럽 최고 높이 (3883m)의 마운틴 케이블카 등의 다양한 관광객 운송수단을 갖추고 있다.
마테호른을 바라볼 수 있는 주변 산 정상에 5성급의 리펜알프 리조트(2222m), 클름호텔(3100m)등이 고급숙박시설과 전망대등을 갖추어 유럽의 여행객들에게 꿈의 장소로 꼽히고 있다.
마을 내에서는 경유, 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고 전기철도, 전기자동차만 허용할 정도로 엄격한 환경관리를 하고 있는 곳이다.

‘산을 국민에게 돌려주자“
2014년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을 국회에 제안하면서 우리에게 던진 화두이다.
산은 신체 건장한 청장년에게만 독점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 노약자도 산을 오를 권리가 있다.
정부도 2014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산악관광특구’를 광역단체별로 1개소 씩 지정하겠다는 정책방향을 밝혔다.
특히 올 1월 진주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홍준표 도지사는 ‘지리산관광특구’지정을 서부대개발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인근 산청, 함양, 구례에서는 오래전부터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 오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지리산 산악관광특구’가 법령제정 등의 절차를 거쳐 현실화 된다면 지리산을 둘러싼 도와 시군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우리 나름의 현실성 있는 복안을 마련하고, 산악관광에 대한 군민적인 합의도 이루어 내야 한다.
환경보전과 산악관광은 지역의 여론 갈등을 불러일으킬 담론이다.
슬기로운 극복을 위한 우리의 고민도 이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