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비 문 찬인

4월13일은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새누리당 절대 우세지역이라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선거가 꽤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다.
새누리당이 지역여론을 기반으로 하는 후보자 선출 절차를 밟기 때문에 경선과정이 뜨겁다. 물론 본선은 싱거울 테지만 말이다.
소위 ‘예비후보’들의 백가쟁명식 지역 발전 전략이 난무하고, 하루에도 몇 통씩의 문자가 휴대폰을 어지럽힌다.

아! 선거의 계절이구나.
지금 만큼은 우리 같은 민초가 甲이다.
재선 국회의원, 국정원차장, 집권당 사무총장을 지내신 높은 분들의 허리가 90도로 꺽어지고,
지역발전에 자신이 가장 적임임을 알리는 공약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높으신 분들의 사모들도 화장을 곱게하고 연신 허리를 굽히며 구애를 하는데 기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같은 민초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던 분들이 허리를 굽히고 지지를 호소하니 이런 광영이 또 어디 있겠는가?
선거란 참 좋은 제도인 것 같다. 일 년 내내 이랬으면 얼마나 살맛이 나겠는가?

어떤 후보 진영에서 삼선짬뽕을 좋아 한다고 꼭 삼선짬뽕을 먹게 해달라고 한다더니만,
또 다른 후보 진영에서는 삼선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는 소문이 있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삼선(三鮮)이 아니라 삼선(三選)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짬뽕과 짜장면.
이 나라 민초들이 즐겨먹는 대표적 서민 음식이다.
이것들을 좀 더 고급화 한 것이 삼선 짬뽕과 짜장면이다.

짜장면은 중국의 산동반도 지역의 가정식이었던 작장면(炸醬麵)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해진 것이라 한다.
1890년대 중국 산동지방에서 건너온 하역 인부들이 인천항 부두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려고 춘장에 면을 비벼먹던 음식이 짜장면의 시초인데, 1950년대 중반 춘장에 캐러멜을 넣어 단 맛이 나도록 한 사자표 춘장이 개발되면서 한국의 짜장면이 중국의 짜장면과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었다.

짜장면은 물이나 육수에 녹말을 풀어 짜장 소스를 걸쭉하게 만든 것이고, 간짜장은 마르다는 뜻의 건(乾)짜장이 변형되어 불리는 것으로 물이나 육수를 붓지 않고 만든 짜장면이다.
삼선( 三鮮)짜장이란 간짜장에 오징어나 새우, 해삼등의 해산물이 들어간 것을 말한다.
본래 삼선은 육해공, 즉 땅의 송이나 목이, 바다의 해삼이나 전복, 하늘의 꿩을 말하는데 요즘 중국음식점에서는 이런 고급재료를 사용치 않고 홍합, 오징어, 새우등의 해물만 사용한다고 한다.

짬뽕은 초마면(炒碼麵)이라고도 불린다.
해물 혹은 고기와 다양한 야채를 기름에 뽁은 후 닭이나 돼지 뼈로 만든 육수를 넣어 끓이고 삶은 국수를 넣어 먹는 음식이다.
1899년 일본 나카사키 지방의 중국식당 사해루의 창업자 천핑순이 만든 것이라 전해진다.
당시 중국 복건성 출신 중국인 유학생들이 가난해서 식사를 거르기가 일쑤였는데 천핑순이 이들에게 대접했던 간단한 국수요리가 나카사키 짬뽕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 매운 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맵게 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원래의 멀겋고 뿌연 짬뽕은 사라지고, 고춧가루나 고추기름을 써서 매콤하고 붉은 색이 나는 지금의 짬뽕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삼선(三鮮)짬뽕 역시 땅, 바다, 하늘의 진미인 송이. 해삼, 꿩은 비싸서 사용치 않고 제철 해물을 듬뿍 넣어 요리한 것이다.
짬뽕과 짜장면은 서민과 애환을 같이 해온 대표적 먹거리이다. 짬뽕이란 말은 음식의 이름을 벗어나 다양한 구성물이 섞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로 까지 진화하였다.

삼선(三鮮)이 아니라 삼선(三選) 짬뽕이나 짜장면을 먹고 싶어하는 예비후보들의 애타는 심정이 짐작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또 그들의 3선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도비 같은 민초들은 걱정이 앞선다.
국회의원만 되면 초선, 재선이라도 지역에서는 甲중의 甲인데 힘 있는 3선이 되면 우리네 민초들은 아랑곳하기나 할까?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19번이나 국회의원을 뽑았지만 그들이 이 땅을 변화시킨 건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공약대로 실천하였다면 우리 하동 땅이 서부 경남의 낙후지역으로 남아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3선을 해서 힘이 생기면 더 많은 예산을 가져 올 수 있고, 갈사만 같은 지역현안도 쉽게 이루어 질 수 있으니 삼선짬뽕을 먹게 해달라는 외침이 왠지 허황하다.
군민의 아픔을 만지고 그 아픔을 같이하는 국회의원.
언제라도 볼 수 있고 연락할 수 있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국회의원.
자기 주장이나 자기 당의 입장만 장시간 이야기하고는 불쑥 떠나가는 국회의원이 아닌 민초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귀담아 듣는 국회의원,
그런 국회의원을 기다리는 것은 도비의 허황된 꿈일까?

짬뽕이 재선이면 어떻고, 삼선이면 어떻는가?
짬뽕은 짬뽕이고 짜장면은 짜장면이다.
여러 것을 한데 섞어 서민의 애환을 녹여내는 묘한 맛
이것이 짬뽕이고 짜장면의 맛이다.
그런 국회의원을 만나고 싶다.
2016년 4월 14일 아침. 개표방송에 잠 못 이루고 지친 내 몸속에 칼칼하고 매운 삼선짬뽕을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