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훈장

맹자의 말을 통해 교육의 측면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가 어떠해야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자녀를 어찌 소유물로 취급할 수 있겠는가.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의 사물과 예절과 자세를 익히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바탕으로 차츰 그건 것들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소유물로 자녀를 보는 부모는 자기의 기분이나 편견 따위를 기준으로 삼아 자녀를 가르치려는 습성을 드러낸다. 자녀의 생각과 감정 따위는 아예 고려 대상에 넣지도 않는다. 자기의 소유물이니 그런 걸 인정해 줄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는 것이다.
그런 부모 아래서 자라는 자녀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 처음에는 부모의 말에 순응한다.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내세워 대응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츰 자라면서 그 능력이 키워지면 자녀는 자연스럽게 반발한다.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억누르는 외부의 작용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그 작용의 주체가 부모라 해도 다르지 않다. 그런 반응마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사람을 모르면서 어떻게 분명 사람인 자녀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 훌륭한 교육은 바로 자녀의 생각과 감정이 옳은 방향으로 움직여 나아가게 길을 열어 주는 것이지, 부모의 생각과 감정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강압적으로 자녀에게 불어넣으려 한다. 인격체로 본다면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자녀를 소유물로 보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녀를 망치는 요인임을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자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그렇다. 자녀의 생각과 감정을 잘 살펴서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가르쳐 주면, 자녀는 마음속으로 반성하고 옳은 길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자녀의 생각과 감정을 무시한 채 부모가 일방적으로 질책하면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런 질책 앞에서 자녀는 일단 고개를 숙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바탕으로 해서 진심으로 깨닫고 반성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부모는 더욱 강압적으로 나오고, 자녀 역시 속으로는 더욱 반발한다. 강압과 반발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자녀를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 자녀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가르쳐야 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입을 아무리 크게 벌린다고 해도 감나무 밑에 그저 누워만 있으면 감을 먹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턱 괴고 바라만 보건, 잘못된 방법으로 가르치면서 자녀가 훌륭하게 자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부모가 먼저 변해야 자녀가 올바로 자란다는 명제를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 배우는 자년 탓보다는 가르치는 자기 탓을 먼저 하는 부모가 훌륭한 교육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