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훈장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다.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이다.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이르는 말이다. 쪽은 청색의 빛깔이기는 하지만 푸른빛과 자줏빛의 중간이 되는 남빛이다.
남빛의 쪽을 섞어 넣은 항아리 안의 물을 몽둥이로 세차게 휘저으면 뽀얀 거품이 떠오른다. 거기에 흰 실이나 헝겊을 되풀이해서 몇 번 적시면 푸른빛이 물들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조금 흐르면 그 푸른빛이 선명하게 짙어진다. 쪽보다 더욱 푸른빛을 띠는 것이다.
<순자>의 권학편을 보면 이를 비유해 학문에 정진할 것을 가르치는 말이 나온다. 다음과 같은 구절이다.

학문은 언제까지라도 멈추지 말라.
청(靑)은 쪽에서 나서 쪽보다 푸르고,
얼음은 물에서 생겼으나 물보다 차다.

배우는 사람은 청출어람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배운 것보다 더 훌륭한 것을 스스로 찾으려 노력해야 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어야 한다. 그런 자세가 없으면 진정으로 배운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앵무새 모범생은 그런 자세가 없다. 쪽을 보며 그저 그 남빛만 닮으려 하지 그보다 더욱 푸른빛이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생각하지 못하니 당연히 그 빛을 찾기 위해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면 더 푸른빛은 커녕 결국 쪽의 남빛조차도 낼 수 없게 된다.
교육은 장거리 경주와 같다. 어느 한 구간의 짧은 거리에서 앵무새 속성으로 빨리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결코 자족할 일이 아니다. 앵무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결국은 남에게 뒤처지게 된다. 그런데도 앵무새 모범생을 칭찬만 할 수 있겠는가. 너무 쉽게 만족해 웃게 되면 나중에 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