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문 찬인

박근혜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가 30몇%에서 50% 가까이로 올랐다고 종편 언론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하루 종일 떠들어 대고 있다.
지지율 조사라는 게 2~3천명에게 전화하면 10%내외의 응답률을 보이는데 그걸 적절히 보정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그게 그리 신빙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잘하니 못하니 말들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스 아테네의 주민투표가 생각이 났다
그리스의 도시국가들.
페르시아에 대항하기 위하여 델로스동맹을 맺었고 그 중심에는 아테네가 있었다. 아테네는 우리가 간접 민주정치라 부르는 대의제의 모태이기도 하다.
아테네는 도시국가였기 때문에 인구도 적고 면적도 넓지 않았다.
18세 이상의 남자만 모두 참가하는 민회와 민회의 결정을 집행하는 주민대표 500인의 평의회가 나라를 운영하였다.
18세 이상의 모든 남자가 참가하는 아테네의 민회가 항상 올바른 결정을 내렸을까?
지금과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도 호불호에 따라 의견이 나뉘고, 묘한 선동과 이미지 메이킹으로 국민들의 여론을 왜곡시키는데, 2000년 전 그 때 당시 아테네 시민들은 능란한 웅변가의 선동에 흔들리지 않고, 집단적 군중심리에도 빠져들지 않았으며, 자기 자신과 직결된 문제에서도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이성적인 사람들이었을까?
일찍이 춘추전국시대 중국의 공자는 요(堯)와 순(舜)이라는 성인이 다스리던 시절을 태평성대라 하였고, 주(周)나라의 예와 법을 따르면 요순시절 못지않은 치국(治國)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요나 순 또는 주문왕 같은 성인이 나타나 나라를 다스리거나 고매한 인격을 갖춘 군자가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참 꿈같은 이야기이다
조선의 삼봉 정도전은 공자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다.
군주가 항상 현명할 수 없기 때문에 유교적 소양을 갖춘 신료가 서로 협의하여 나라를 다스리게 하자는 요즘 같으면 입헌군주제나 내각책임제를 합성한 듯 한 주장을 하였다.
물론 삼봉의 주장은 실현되지 못한다. 왕권통치를 주장하는 이방원에게 척살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산업자본주의의 발달은 다양한 계층의 정치참여를 촉진시켰고 그 결과 오늘날 대다수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간접 민주정치, 즉 대의제가 자리 잡게 되었다.
대의제는 아테네 식 전 주민 투표로 대표자를 선출토록 하고 있다.
아테네는 민주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민주정에 방해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도자기 파편에 적어내도록 하고 가장 표가 많이 나온 사람을 10년간 해외추방토록 하였다. 이것이 도편추방제(陶片追放制)이다.
시행초기와는 달리 나중에는 정적을 제거하기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 아테네 민주정이 붕괴되는 한 원인이 된다.
요즘 하동땅이 시끌 법적하다.
한쪽에서는 군수를 소환하기위하여 서명을 받는다고 난리이고, 또 한쪽에서는 반대 성명서를 단체별로 발표한다고 난리이다.
‘무상급식중단, 군민고발, 권위주의 행태’ 등이 주민소환의 이유인 것 같고, ‘그 정도는 주민소환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 열심히 하고 있지 않느냐’ 등이 반대의 이유인 것 같다.
서로 편을 갈라서 싸우고 있지만 정작 군민들은 별관심이 없다.
하동의 희망이라던 갈사 조선산단은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고, 국가적 경기침체의 여파로 호구지책마저 어려운데 왜들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러다 5만 군민이 이쪽저쪽으로 갈라지는 꼴사나운 상황이 오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서로 충분한 소통과 대화로 문제해결의 접점을 찾았으면 하는 것이 군민의 바램 아닐까?
선거란 어리석은 군중의 정치이다.
능력과 자질은 선동과 이미지메이킹, 금력과 인기에 가려져 나라와 지역에 필요한 진정한 대표자를 뽑는 방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다른 대안이 없으니 투표라는 차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대통령은 한번 밖에 못하니 당선되는 사람 모두가 시쳇말로 초짜다.
초짜는 아무래도 서툴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름대로 관록이 붙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동 땅의 군수도 평생 처음으로 군수해본 사람이다.
초짜이니까 좀 더 기다려보자.
초보 운전때 톨게이트 통과가 얼마나 힘들던가?
스스로 모자란다고 생각하여야 배울 수 있다.
그런 배움의 과정이 없다면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절망이다.
공자말씀처럼 요나 순 같은 성인이 나와 군수나 대통령을 하면 좋겠지만 그건 꿈일 뿐이다.
요순 같은 성인들이 지금의 선거에 뛰어 든다면 과연 당선될까?
중국의 한산(寒山)은 이렇게 읊었다.

人問寒山道(인문한산도) 寒山路不通(한산로불통)
사람들이 한산 가는 길을 묻지만
한산가는 길은 본래부터 없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