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명륜학당 훈장

자녀를 올바로 가르치려면 부모는 죄와 실수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죄는 죄로서 대하고 실수는 실수로서 대할 능력이 있어야하는데, 그걸 구분조차 못한다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죄와 실수의 구분은 주의력이나 의지로 판단할 수 있다.
주의력이 떨어져 있거나, 무엇을 다루는데 서툴러서 저지르는 잘못은 실수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자녀가 나름대로 의지를 갖고 고의적으로 저지르는 잘못은 죄가 된다.
죄는 회초리나 엄한 훈계로 다스려야 한다.
다시는 고의적으로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게 따끔한 자극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자녀를 내버려두거나 효과적으로 행실을 고쳐 주지 않으면 그 자녀는 커서도 죄인이 된다. 그리고 그 부모는 자녀를 죄인으로 만든 죄인이 된다.
실수 역시 실수로 옳게 보고 그에 적절한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 옳게만 이용한다면 실수는 배움의 어머니요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에 대해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실수를 저지를 염려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건 자기와는 상관없는 것이 될 뿐이다. 어떤 행동을 하다보면 특히 성장기의 자녀들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때 그 실수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엇이 부족해서 실수했는지를 따지면 그 원인이 나오게 된다. 그 원인을 알게 되면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 대처 방안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원인을 알고 대처 방안을 찾는 그 자체가 배우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하면 답을 찾을 수 없다. 발전이 없는 것이다.
실수를 통해 문제가 뭔지, 그 답은 어떤 것인지를 찾을 동기를 갖게 된다. 험한 산의 정상으로 가는 지름길을 어떻게 찾을까. 어떤 사람은 실수가 두려워 아예 산에 오르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래서는 결코 지름길을 찾을 수 없다.
설사 다른 사람이 가르쳐준다 해도 그런 사람은 혼자서는 그 지름길로 갈 수 없다. 일단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길을 찾아 오르다 보면 엉뚱한 길로 가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실수를 저지른 후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반성하면서 다시 길을 떠날 수 있다.
그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마침내 지름길을 찾아내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실수를 반복하며 찾은 그 지름길은 실수를 통해 찾은 사람의 것이 된다. 그 사람이 다시 그 산에 오를 때는 지름길로 곧바로 갈 수 있다.
무엇을 알고 깨우친다는 것은 그렇게 실수를 하면서도 끝내 정상으로 오르는 지름길을 찾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단박에 알고 단박에 깨우치면 좋겠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쉽고 간단한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헌데 부모들 가운데 죄와 실수를 구분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이들이 있다. 자녀의 실수를 죄처럼 여기며 회초리를 들고 엄한 훈계를 늘어놓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자녀는 움츠러든다. 실수를 배움의 어머니로 여기기는커녕, 죄인이라도 된 양 기가 죽어 능동적으로 어떤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태도에 빠지면 자녀의 창의성, 독창성, 적극성은 메말라 버린다.
사람의 올바른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것들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올바른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것들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 놓고 무엇을 가르치겠단 말인가.
실수 그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실수를 어떻게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게 지혜로운 부모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