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명륜학당 훈장

텔레비전의 어느 프로에서 수십 년 동안 가계부를 써온 중년 여성의 삶을 본 일이 있다. 그녀는 그동안 쓴 가계부를 다 모아두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가계부를 열심히 쓰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 가계부를 보면 당시의 물가, 집안의 수입과 지출 내역 등을 상세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가계부를 쓰며 가정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했을 것이다. 쓰지 말아야 할 것과 꼭 써야 할 것을 구분해서 절약을 했을 것이고, 어떻게 돈을 써야 가정 경제에 유익한 것인지도 체득했을 것이다.
과소비 풍조에 빠져있고, 후회할 것이 뻔한데도 충동구매를 일삼는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가계부를 쓰면서 돈을 올바로 쓰는 요령을 익혔고, 그 덕분에 그 집안의 경제는 비록 풍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건실해질 수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가계부를 쓰기 위해 쏟은 그 지극한 정성만큼 공을 들여 자녀교육일기를 썼으면 어땠을까. 집안의 경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자식을 올바로 가르쳐 키우는 일이 아닌가.
부모에게 자녀교육만큼 중요한 일이 얼마나 더 있을까.
육아일기를 쓰는 부모는 더러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들도 자녀가 유아 시절을 지나면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가계부나 차계부는 쓰면서 자녀교육일기를 쓸 생각은 하지 않을까. 가계부가 가정 경제를 건실하게 만들 수 있고 차계부가 자동차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한다면, 자녀교육일지는 무엇보다 소중한 자녀를 소질과 개성을 제대로 찾아내 그것을 발휘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고, 목표를 정해 거기에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고, 그릇된 교육관으로 자녀교육을 그르칠 위험성을 줄일 수 있고, 자녀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짚어내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등의 여러 장점이 있다.
그 일기에 어떤 내용을 쓸 것인가. 딱히 어떤 것을 써야 한다고 규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몇 가지 기준을 마련해 두면 좋다.
자녀교육일기를 왜, 무슨 목적으로 쓰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 기준들을 나름대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자기 느낌이나 생각을 앞세워 그런 식의 일기를 쓰는 것 보다는 먼저 자녀를 정확히 관찰을 해서 그것을 기록하는 게 좋다.
자녀가 어떤 아이인지를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 자녀가 말과 행동을 어떻게 하고, 무엇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어떤 것에 흥미와 의문을 많이 갖고, 어떤 놀이와 취미를 즐기고, 어떤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르고, 돋보이는 개성은 무엇인지 등을 적는다.
또한 부모의 교육 방법과 태도 등을 스스로 돌아보며 적는다.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자녀를 키우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지, 그 방식의 효과가 어떤지, 그 방식의 유익함과 해로움은 무엇인지, 가르치는 방법에 어떤 잘못과 실수를 저질렀는지, 다른 부모들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전문가들이 권하는 자녀교육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적는다.
이와 함께 자녀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적는다.
자녀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어떤 사람으로 키울 것인지, 단기적인 목표에는 어떤 것이 있고 장기적인 목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적는다.
크게 세 가지 기준에서 어떤 것을 적으면 좋은지를 말했지만 그것은 참고 사항 정도일 뿐이다.
그것을 참고로 부모는 각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적으면 된다. 자녀교육일기를 쓰는 그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