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시인.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너도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시인의 시에서-

요즘 하동은 밥상도 알프스, 축제도 알프스, 알프스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진짜 알프스가 녹아내릴까 염려스럽다.
필자는 수차례 기고문을 통해 군민의 정서를 혼란시키는 “알프스 하동”의 부당함을 주장해 오는 동안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로 부터 “엔가이 해라,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알프스 하동 광고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 지인들의 말씀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축제 행사장 입구부터 “알프스하동”을 알리는 축등을 요란스럽게 달아놓고 녹차축제나 재첩축제를 알리지만 행사가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숫자로 축제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고 축제 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연예인을 불러 굿판을 벌이는 축제행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군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축제의 목적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동에서 30여년의 공직생활을 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 군정을 비판하는 것은 본인이 해 왔던 일을 부정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지만,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더 불편하기 때문이다.
“알프스하동”은 100년 후를 내다보며 눈 덮인 알프스의 산악열차를 만들어 전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들인 도전정신을 배우자는 것으로 山의 겉모습이 아니라 불가능에 도전하는 강인한 도전정신이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알프스하동”로고나 슬로건 어디에도 도전정신은 찾아 볼 수 없고 하동은 알프스 같은 곳이라는 느낌만 주고 있다.
지금까지 “알프스 하동” 광고를 위해 전광판을 비롯한 광고비로 지출된 예산도 가늠하기 어렵지만 앞으로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섬진강 뱃길, 지리산 열차길, 금오산 케이블카등 타당성조사 용역을 비롯한 사업 추진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런 “알프스하동”의 로고나 슬로건을 보고 무슨 뚱딴지같은 “알프스”냐고 비아냥거리는 군민들의 원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군민의 대의기관이라는 의회는 집행기관의 눈치를 살피며 막대한 예산을 “알프스하동” 광고를 위해 승인해 주고 있다. 하동군 의회는 섬진강과 지리산에 기대어 살아온 군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기관을 도와주는 보조기관처럼 느껴진다.
인텔의 앤디그로브 사장은 악마의 대변자라고 하는 자기편 사람을 회의장에 들여보내 사장의 의견에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내도록 함으로써 구성원들이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반대 의견이 조직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조력자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고 한다. 높은 사람의 의견에는 감히 토를 달지 못하는 우리가 많이 배워야 할 토론문화이며 반대의견을 통해 문제를 찾고 토론을 통해 해답을 찾는 “정반합”의 논리가 생산적이고 공감을 주는 올바른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도 없이 결정된 “알프스하동”이 상상을 기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광고하고 믿으라고 하면 군민은 무조건 믿어야 하고 의회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인가?
서울 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2015년 입학식 축사에서 “ 당신이 여기 있기 위해 탈락시킨 누군가를 생각하라 . 당신은 승리자가 아니라 채무자이다 ” 라고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인재가 되어주길 당부한 것처럼 “ 승리자가 아니라 군민에 대한 채무자 ”라는 생각으로 상상을 기적으로 그리는 추상화가 아니라 군민 모두가 공감하는 설계도를 만드는 자치단체장이나 의회가 되어주길 군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