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훈장

<맹자>에 보면 역자교지(易子敎之)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바꾸어 가르친다는 뜻이다.
제 자식을 가르치기가 힘드니 서로 바꾸어 가르치는 것이다. 밖에서는 훌륭한 교사인데도 집에서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일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교사가 아니어도 많은 부모들은 자식이기 때문에 가르쳐야 하지만, 바로 자식이기 때문에 가르치기가 힘들다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왜 그럴까?
부모와 자식은 천륜으로 맺어진 관계이다. 못나도 내 자식이요 잘나도 내 자식인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지나치게 자주 꾸짖다 보면 그 천륜이 상할 수 있다. 부모의 올바른 훈계는 천륜을 상하게 하는 게 아니라, 천륜을 살찌우게 하는 의무이다.
그런데 자식의 못난 점을 보면 부모는 냉정한 판단력을 잃고 감정적으로 질책하기 쉽다. 기대가 많으니 실망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 쉽게 빠지는 것을 부모들을 경험으로 안다. 또한 역으로 보면 못나도 사랑과 이해로 감싸 안으려는 감정도 앞서게 된다.
자책과 감싸 안음이 균형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자식 역시 부모에게 냉정한 판단력에 따른 가르침보다는 사랑과 이해를 먼저 요구하게 된다. 자기의 못난 점을 스스로 아는 자식도 부모에게는 먼저 사랑과 이해로 감싸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에 사제지간은 천륜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다. 올바름을 기준으로 만나 관계를 맺는다. 올바름에서 벗어나면 스승은 어제나 제자를 질책할 수 있다. 그래도 그 관계는 유지된다. 아니, 그렇게 해야 올바른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식을 바꾸어 가르치는 게 효과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문제와 더불어 생각해 볼 것이, 엄마소가 얼룩소면 반드시 새끼도 얼룩송아지가 되느냐는 것이다. 자녀교육에 임하는 부모의 태도와 품행을 이야기할 때 그 말은 진리가 되지만, 교육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볼 수도 있다.
부모는 기성세대이다. 이미 나름대로 자기 개성과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것들은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다. 만약 부모가 좀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해보자. 그렇다고 자식도 모자라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모자라는 부모는 자식을 가르칠 수도 없는 것인가. 아니다. 교육은 꼭 그렇게만 얘기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하라는 말이 있다. 비록 부모가 바람을 바담으로 읽을 정도로 모자라도, 자식에게는 바람으로 읽으라고 가르칠 수 있다. 비록 부모가 잘못을 저질러도 “너만은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말고 살아라.”고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은 단순히 나는 얼룩소지만 너는 누런 소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교육은 지식을 쌓고 인격을 연마하는 과정이요 수단이다. 그 과정에는 반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부모가 자기 잘못과 부족한 점을 인정하면서 자식에게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 하는 것은 반성적인 성찰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반성적인 성찰이 전제가 된다면 부모는 자식을 올바로 가르칠 수 있고, 자식은 부모의 잘못과 모자람까지도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