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이 참으로 남사스러운 꼴을 톡톡히 당했다.
얼마전 창원시에서 개최된 제54회 경남도민체전에서다. 하동군은 출발에서부터 무엇이 빠진 듯 엉성한 모습을 보이더니, 대회 기간에는 그야말로 개망신을 연출 하였고,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결과 또한 군민들에게 고스란히 실망을 안겼다.
도민체전 시작일인 지난달 24일, 필자의 막내 아들은 전날 저녁부터 아침 7시30분에 창원으로 출발을 한다면서 읍내에 7시 20분까지 태워다 달라고 했다.
고등학생인 아들은 태권도를 하고 있지만 어릴적 중국무술을 했었던 기억이 있어 선수층이 전무하다시피 한 ‘우슈’ 종목에 1학년이던 지난해부터 하동군 대표로 출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대회 출전을 위해 창원시로 떠난지 3시간이 지났을 즈음 아들은 크게 놀라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왔다.
‘학교에서 무단결석으로 처리가 되었으니 빨리 들어오라’는 담임과 체육교사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경기에 출전도 하기 전부터 크게 놀란 아들의 전화를 받고는 필자 또한 놀라고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황급히 학교 측에다 확인을 해 보니, 하동군은 이날 군 대표로 출전하는 일부 학생 선수들에 대해 학교 측에 통보 조차도 해 주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일 처리를 이런식으로 하며,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던가.
아울러, 이런 엉성한 하동군 행정의 일처리 모습은 어린 학생들의 뇌리에 어떻게 각인이 되어졌을 것이며, 하동군이 보여준 이같은 수준 이하의 모습에서 군민들의 신뢰는 어찌 될 것이던가.
학교측에서 사실 확인을 한 필자는 우선 출전한 학생들의 마음부터 달래야 했기에 전화를 걸어 ‘어른들이 바쁘다 보니 학교에다 연락을 못했던 것 같은데 선생님이 아무 문제없이 다 해결이 되었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고 옆에 다른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전해주라’고 했다.
해마다 출전 선수들을 격려한다고 예산까지 써가며 행사장을 방문하는 여러 의원들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각 기관단체장 등의 어른들은 그저 어른들의 요구에 따라서 출전을 한 어린 선수들의 손목한번 잡아 주기는 커녕 아이들이 하동군의 자존심을 걸고서 비지땀을 흘릴 그 시간에 ‘좋은 성적을 기원 한다’는 나름의 핑계로 그럴듯한 요리집에서 술잔이나 기울이는 행복한 나들이를 한다고 예전부터 말이 많았다.
그리고, 이번 큰 대회의 출발을 이처럼 기막히게 한 하동군은 대회에 출전해서도 참으로 대단한 족적을 남겼다.
어디 선수들을 격려하겠다고 대회장을 방문한 지역의 인사들만 술잔을 기우렸을까. 하동의 군민들을 대표해서 대회에 출전한 일부 어른 선수들도 칼칼한 목은 한잔 술로 다스렸던 것이다.
그 술 때문에, 탁구종목의 선수와 탁구협회 임원이 그것도 새벽 1시 40분이라는 오밤중에 경기장이 아니라 묵고 있었던 모텔에서 서로가 주먹다짐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각 언론에서는 ‘경남도민체전에 출전한 하동군 탁구선수 A씨(36)와 탁구협회 임원 B씨(45)가 창원시 한 모텔에서 만취상태로 쌍방폭행하며 난동을 부린 협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하동군체육사에 하나의 큰 오점을 그대로 기록해 줬다.
결국, 하동군은 이번 제53회 경남도민체전에서 경남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10위, 군부에서는 5위라는 어쩌면 기막힌 시작에서 볼 때 충분히 예견될 수 있었던 성적을 그대로 얻었다.
아들은 자신의 주종목도 아니고 지난해부터 도민체전이 다가오면 학교 수업을 마치고는 두어달 가량을 저녁시간이나 휴일에 연습을 해서 더구나 타 종목들과는 달리 일반부와 학생부 구분이 없이 치러지는 대회에서 지난해 3위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는 우승자와 0.1점의 차이로 2위를 했다면 몹시 아쉬워 했다.
그리고, 며칠후 소속 하동군, 종목 우슈(태극권), 순위 2위 아들이 말없이 제 책상위에다 올려놓은 도지사의 직인이 찍힌 상장을 보니 ‘이 상장하나 받자고 그렇게 몸고생 마음고생을 하였던가’ 안타까움에 쓴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