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지음

꼭 이맘때쯤
저 홀로 강 언덕에
나를 기다리는 이 있어
나 가고 싶은 고향

발길 옆에 있어도
반갑단 말 못 건네고
그저 고마움만...

작디작은 염원하나
연분홍빛 꽃 잎술에
수줍음 감추고
무심한 날 기다릴 뿐...

나 알아
가리라 가리라
그 작은 몸짓
내 향수 채우는 곳...
<詩. 패랭이꽃>

지금도 그 자리에 아무런 말도 없이 패랭이 꽃 잔잔히 무리지어 피어 있으리라. 내가 놀던 그 강 언덕에 내가 거닐던 풀밭 길에 그 작은 꽃잎들 뺨마다 볼그래 물들이고 나를 기다리듯 거기에 피어 있으리라. 옛날 ‘리구네스’라는 그리스인 미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로마로 왔다.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당시 여성들의 부업이던 면류관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다. 로리에 나무로 만든 면류관은 승전군인이나 시인에게 씌워주었는데, ‘리구네스’의 솜씨가 매우 뛰어나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리크트’라는 여자가 ‘리구네스’를 시기하여 그의 정부를 시켜 살해해 버렸는데 모든 사람들이 몹시 슬퍼하며 아폴로 신에게 기도하자 아폴로신은 ‘리구네스’를 패랭이꽃으로 만들었다는 신화가 전한다. 패랭이꽃의 학명이 Dianthus인데, 이는 희랍어의 Dios(제우스신)과 Anthos(꽃)의 합성어로 이는 제우스의 꽃이라는 뜻으로 들판에 작은 키로 피어나지만 그 아름다움이나 당당함에는 그 만큼의 자존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한방에서 패랭이는 구맥 또는 석죽이라고도 하는데 바위 위에서도 피어나고 줄기에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다하여 석죽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여름에서 가을사이 꽃이 필 무렵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후 사용하는데 <동의보감>에 구맥은 약성이 차고 맛은 쓰다했고, 성분으로는 사포닌, 알칼로이드, 당류, 회분, 비타민A 등을 함유하고 있어서 이뇨의 효과가 있고 해독과 염증을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또 혈압을 강하시키는 작용을 하며 근래에 패랭이 뿌리는 식도암이나 직장암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 여성들의 무월경, 급성요도염과 방광염 그리고 소변불리와 부종과 수종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결막염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약으로 내복할 때에는 탕으로 달이거나 환 및 가루약으로 복용하고 외용으로 쓸때는 가루로 만들어 개어서 환부에 바른다.
방광결석증에는 금전초, 계골초, 목통, 곱돌, 석위 등을 섞어 달여 복용하는데 이는 결석을 용해하고 소염과 이뇨의 효과가 있다.
또 남성 질환인 전립선비대로 갑자기 소변불통이 났을 경우에는 저령과 생지황, 차전자를 함께 섞어 달여 복용하면 매우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피부습진이나 항문습진, 부인들의 외음부염증 등에도 구맥에 사상자, 방풍, 누에똥을 함께 달여 복용하고, 눈이 충혈 되고 통증이 있을 때 황련, 인동 꽃, 개나리열매를 섞어 달여서 복용하면 대단히 좋은 효과를 얻는다. 하지만 임산부나 습관성으로 유산이 되는 사람은 사용해서 안 되며, 신체가 허약한 사람도 신중하게 사용하여야 한다. 민간에서도 수종이나 임질, 치질, 안질환 등에 두루 쓰여 왔다. 지금도 숲 속 오솔길이나 등산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패랭이꽃은 묵묵하고도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 주는 고향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