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동안 농사 지어서 마을 경로당과 주민들에게 모두 나눠줘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다문화 가정인 자신은 정부양곡으로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마을일을 나서서 돌 볼 사람도 없고, 그렇다 보니 억지로 이장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우리 이장님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지요’
지난 15일, 악양면 신흥리 하신흥마을 경로당(회관)에 둘러 앉아서 담소(談笑)를 나누고 있던 10여명의 어르신들은 마을 이장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번갈아 가며 하는 칭찬을 그칠 줄 몰랐다.
신흥마을의 김용구 이장은 올해 51세로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하동군의 관내 이장으로는 손꼽힐 만큼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한다.
취재차 하신흥 마을을 방문 했지만 다문화 가정인 김용구 이장은 마침 가족들과 한달간 처갓집을 갔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따라서,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에 따르면, 김용구 이장은 다리에 약간의 장애를 가진 젊은 이장으로 생활이 넉넉지 못한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다문화 가정을 이루어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마을 이장을 한차례 역임한데 이어 3년전부터 다시 고령의 노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하신흥 마을의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런데, 하신흥 마을에는 군 관내 다른 마을들과는 달리 이장료(?)를 지불하지 않고 마을 소유의 논 5,290㎡(1,600평)을 경작해서 얻어지는 소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김용구 이장은 마을 일을 맡기 시작한 3년전부터 직접 농사를 지어 가을에 수확한 벼를 도정 작업까지 거친 후 평소 어르신들이 모여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마을경로당(회관)에 40kg드리 쌀 1포대, 마을에서 생활이 어려운 30여명의 주민들에게 가구당 20kg드리 쌀 1포대씩을 직접 지난 3년 동안 배달을 해 주고 있다.
이에, 하신흥 마을의 주민들은 불편한 몸에다 자신도 넉넉지 못한 살림을 하면서도 해마다 힘들게 농사를 지은 쌀을 나눠주는 이장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힘들여 농사 지어서 왜 이렇게 다 나눠 주느냐? 그러지 말라’고 하면, 김용구 이장은 ‘나는 정부에서 나오는 것 만 해도 우리 식구들이 먹는데 그렇게 모자라지 않습니다’라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고 말했다.
/장성춘기자. 블로그naver.com/ hdnews9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