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어머니가 아궁이에다 불을 지피고 가마솥에 밥을 지을 때 보면, 저러다 밥을 태우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도 어머니는 결코 솥 뚜껑을 열지를 않았다.
뿐만아니라, 어린 마음에 보기에는 밥이 다 되었는데 싶어 조바심이 났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아궁이 속의 불을 만지작 거릴 뿐 또 한동안은 솥 뚜껑을 열지를 않았다.
바로 뜸을 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찰기가 흐르고 구수하게 맛 있는 밥이 되기 때문이다.
비록 한 그릇의 밥이지만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맛 있는 밥을 먹이기 위해 어머니는 뜸을 들이시느라 안쓰러운 어린 자식들의 계속되는 성화(成火)에도 ‘그래! 다 됐다’ 같은 대답만 몇 번을 하셨다.
이렇듯 뜸을 들이는 것은 곧 숙성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것이야 말로 만성 조급증(躁急症)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또 슬로시티 하동에는 기막히게 걸 맞는 ‘느림의 미학’이 아닐까.
민선 6기가 출범 한 지난 7월 1일 이후, 윤상기 군수는 6개월에도 채 모자는 짧은 기간이지만 당초의 숱한 우려들을 뒤로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의욕을 가지고 사실 많은 일들을 해 내는 그런 모습들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윤상기 군수는 이미 민선 6기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새로운 하동, 더 큰 하동’을 지향하며, 자칭 ‘마하 행정’이라는 것을 주창(主唱)해 왔고 또 그것의 실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마하 행정! 이것은 단어 그 자체부터가 우리 하동군의 작금의 상황이나 속이 터질 듯 답답해 하는 군민들의 정서를 나름 심도(深度)있게 파악을 해서 군수 자신이 구상중인 어떤 하나의 작품의 밑그림을 야심차게 내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그 성과의 기대치 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의 어떤 부작용이 랄 그런 문제들이 곳곳에서 드러나 보인다.
따라서, 추후 이것이 ‘새로운 하동! 더 큰 하동!’으로 나아가는 길에 ‘큰 걸림돌이나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다른 넓은 범위에서의 문제들은 차치를 하더라도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마하 행정’을 펼쳐갈 동반자적 입장에 있는 동료 공무원의 반응이다.
언젠가 윤상기 군수가 간부 공무원들의 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군 관내 각 읍면의 구석구석에 이르기 까지 누구도 쉽게 생각지 못했을 문제점들을 잘 파악해 해당 부서의 책임 공무원들에게 꼭 집어서 지시를 하는 모습에는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지적을 하는 것들의 하나하나를 눈여겨서 보았는데 어느 것 하나도 소홀한 것이 없었으며, 또한 당연한 것들 이었다.
그러나, 군수가 자신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런 부분들 까지 챙겨서 문제점을 파악하고는 그것에 대한 개선 방향까지도 제시를 해 주는데 정작 해당 공무원들의 반응은 시큰둥 해 보였다.
왜 그같은 반응들을 보였던 것일까.
이것은 밥 먹을 시간만 되었다고 해서, 또 내 자식들이 배가 고플것이라는 안스러운 마음이 앞서서 뜸이 들지도 않은 밥 솥의 뚜껑을 성급하게 열어 정작 밥이 설익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