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강 하나를 건너 이승을 버렸으니 남은 자의 가슴에 박힌 못을 빼고 시샘한 하늘의 날카로운 칼날을 무디게 하라. 그리고 영원히 지지않는 꽃을 피워 해마다 오는 2월을, 아니 2월에 내리는 눈을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다오. 언덕이 없고 길이 없고 무너짐이 없는 세상에서 눈에뭍힌 못다 핀 봉오리를 마저 피우려무나. 져버린 꽃보다 더 시린 칼날을 가슴에 품고 남겨진 우리는 차가운 2월을 견뎌야 한다. 그리고 한 해, 두 해 속쓰린 눈물로 아픔을 씻어내야만 하느니. 다시는 너희를 이 동토의 땅에 들이고 싶지 않다. 영원에 들어 모든 것으로부터 네 몸을 자유롭게 하라. 오늘은 너희 이름이 아프고 아프구나. 편히 잘 가시라’...
지난 17일 밤에 발생한 경주의 한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숨진 부산 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의 합동 영결식에 즈음하여 국제신문에 실린 ‘순간이 영원이 되어 간 꽃들아’라는 강영환 시인의 글 마지막 부분이다.
비극의 그 순간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멀지 안았을 훗날에 찬란히 빛났을 이름 석자가 시인의 표현처럼 아프고 아프지 않토록 두 번 다시는 이같은 끔직한 일이 없어야만 한다.
정녕 하늘이 원망 스럽기까지 한 이번 참사로 숨진 젊은 영혼들 앞에서 그 누가 무슨 변명인들 감히 할 수가 있을까.
그렇지만, 더 없이 억울하게도 짧은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이들의 명복(冥福)을 진심으로 빈다.
이번의 참사가 벌어지기 꼭 1주일전인 지난 10일, 필자는 올 해 대학 신입생이 된 작은 딸을 부산에 직접 데려다 주고 왔다.
그리고, 작은 딸이 다니게 될 그 대학교의 OT 행사가 21일로 바로 경주시 소재 이번 문제의 리조트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대학교 다음 순으로 계획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필자의 입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이번 사고 소식을 접하는 순간 저절로 깊은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후에 작은 딸로부터 당초의 OT행사 계획은 전면 취소가 되었고, 간단하게 교내에서 신입생들의 모임을 갖는 것으로 결정 되었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에는 큰 딸이 다니고 있는 부산의 또 다른 대학교 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바로 큰 딸이 이 학교의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늘 새벽까지 그 연구실에 붙어 있는데다 지난 밤 전화통화에서도 연구실에 늦게까지 있어야 한다고 했었기에 아침에 출근 후 컴퓨터를 켜자마자 눈에 띈 사고 소식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며, 순간적으로 눈 앞이 캄캄했었다.
서둘러서 전화를 걸었더니 바로 전화를 받은 큰 딸이 하는 말이 ‘아빠! 이렇게 급하게 전화를 할 줄 알았어요’라고 했고, 그 목소리를 듣고 나는 의자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렇듯 필자도 직접 놀란 가슴을 번번히 쓸어 내리고는 보니, 흔히들 상아탑이라고 까지 부르는 대학교에서 왜 자꾸만 이런 끔찍한 일들이 터지나 싶었다.
누구를 탓 할 것도 없이 이 나라의 사람들 모두가 ‘내 탓이요’ 해야 할 것이며, 당연히 그 책임의 소재는 우리 기성세대(旣成世代)들에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우리들은 그리고 이 나라는 아마도 늘 그래왔다.
이런 일들이 터질 때 마다 그저 아주 쉽게 분노하고, 슬퍼하고, 놀라워하고 뭐 그렇게 잠깐을 들 끓었다가는 한 며칠 지나고 나면 소원해 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잊어 버렸고, 결국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급급해 하는 그런 부끄러운 모습들이나 계속해서 보여왔지 않은가.
우라질! 제발이지.... 사람들아~ 대한민국이여, 더 이상은 이같은 비극적인 일이 반복 되지 않토록 똑바로 좀 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