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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 용서(3)
하동군민신문  |  hdgm97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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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21  14: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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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차 사십 여분을 걸어 쌍계사 경내로 들어갔다. 거기서 국사암 쪽으로 올라가니 불일폭포 가는 길이 나왔다. 우리는 내리는 눈을 맞으며 가파른 언덕을 몇 개나 올랐다. 나는 거친 호흡을 내뿜으며 그의 뒤를 바짝 쫓았으나 역부족이었다. 다리가 뻐근해지면서 점점 숨이 가빠졌다. 게다가 눈발이 점점 굵어졌다. 점차 내디딘 발이 눈에 파묻혀 빼기조차 어려웠고 눈바람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이런 상황에서 폭포까지 올라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나는 큰소리로 멀찌감치 앞서가는 그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올라가다 내 소리를 들었는지 바위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괜히 왔나 싶었다. 차라리 오늘은 민박집에서 쉬고 내일 올라왔으면 좋을 뻔했다. 그런 생각으로 그가 있는 쪽에 거의 다다를 때였다.

비켜요! 비켜!”

일단의 구조대원들이 간이침대에 환자를 싣고 미끄러지듯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얼떨결에 그가 있는 바위 옆으로 몸을 피했다. 침대에는 모포를 얼굴까지 덮고 있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으나, 신음으로 봐선 여자인 것 같았다.

이 사람들아! 지금 어딜 올라가려고? 당장 하산해!”

구조대원 중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의 눈빛은 예리하면서도 꽤 위압적이었다. 순간 나는 무안하고 두려운 마음에 어쩔 줄 모르고 바위 옆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밑으로 내려가자마자,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성큼성큼 산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 십여 분을 더 올라간 곳은 완만한 구릉지에 있는 불일 평전 휴게소였다. 마당에는 간이 의자와 장작더미가 눈에 방치된 채로 있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발자국이 나 있는 출입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휴게소 안에는 피어놓은 난로로 열기가 후끈했다. 등산객들이 몇 개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는 창가에 앉아 밖을 보고 있었다.

오늘은 안 되겠어요.”

그는 창밖으로 눈짓했다. 폭포로 향하는 길목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까 올라올 때 그 사고는 불일폭포에서 난 것이 분명했다. 구조대원들이 더는 사람들의 입산을 막으려 설치한 모양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그는 씁쓰레한 웃음을 지었다.

연말이 가까워져 오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늘어났다. 밤공기가 무척 찬 크리스마스 전날이었다. 나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D사에서 금일 안으로 요청한 수출 건의 회신을 선사로부터 받기 위해서였다. 최근 경기가 침체하였다지만, 운 좋게 D사는 미국 수출물량이 늘어났다. 오늘 아침에 D사의 김 대리가 급하게 연락이 와서, 통관과 선적을 부탁했다. 평소대로라면 하루 만에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미국 출항은 내일 오전 5시였다. 나는 직접 세관에서 통관하고 가까스로 물건을 C 부두에 있는 CFS로 입고하였다. 그리곤 밤늦게까지 선사로부터 B/L과 운송장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일이 잘 못 된 것인지 선사로부터 늦도록 연락이 없었는데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그 카페에 있겠습니다.”

전화의 주인공은 선사가 아니라 이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박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침울했고 힘이 빠져있었다. 잠시 고민이 되었다. 일은 끝나지 않았고 집에선 아내와 아이가 애타게 날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나는 아내에게 늦겠다고 전화하곤 그길로 그에게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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