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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삶과 생각](6) : 왕대밭의 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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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6.28  15: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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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싱어게인이란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왕년엔 잘 나갔지만 지금은 무명으로 살아가는 실력자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 위한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이 대결에서 30호 이승윤 가수가 최종적으로 우승을 했다. 그의 쾌거는 재야의 고수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그 자신은 물론이고 그를 중심으로 한 주변적인 얘기들이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먼저 그는 독창적인 창법과 개성적인 곡 해석으로, 마치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 정신을 완벽하게 노래로 승화시킨 것 같아, ‘30호 장르라는 새로운 개념의 수식어 내지는 비평어가 만들어지게 했고, 그의 순수한 내면세계와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삶의 태도는 내게 큰 감동이 되었다. 진정 음악을 사랑하고 인간적인 사람냄새를 좋아하는 대중들이라면 역시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경쟁이 싫어서, 자칭 방구석 음악인으로 은자와 같은 삶을 살아왔다고 했다. 음악 창작자로 살아오면서 주변에 너무 많은 폐를 끼쳤고,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역할도 못하고 산다는 생각에, 20201231일까지만 노래를 하고 그 뒤로는 음악을 접기로 결심했었단다. 그러다 이번에 이토록 큰 을 내고 만 것이다.

반드시 승패를 내야하는 2라운드에서 경쟁자를 눌러놓고 이승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기쁨으로 솟구친 진주알같은 승자의 눈물이 아니라, 함께 노래하며 대결했던 상대편이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이기적인 자신이 슬퍼서 울었다고 했다. 참으로 고운 인성의 속살이 드러나 보이는 대목이었다. 어떤 가정환경에서 저토록 대단한 음악 실력과 착한 심성을 닦을 수 있었을까? 이것저것이 궁금해서 다양하게 뒷조사검색을 해 보았더니 역시 왕대밭에서 왕대 난다는 이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던 분이었고, 아버지는 목사님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엄마의 천부적 음악 DNA와 연결되어 있었고, 그의 눈물 속에는 아버지의 올바른 인생관과 교육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부모님의 신앙심과 부부애는 오늘을 살아가는 내게 많은 참회와 반성을 하게 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해 주었다. 특히 이승윤 아버지 이재철 목사의 고백은 부부간의 사랑과 희생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고백은 대충 이러했다.

아내는 성악을 전공했다. 나는 친구들과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아내를 불러내어 노래를 시키곤 했다. 한 번도 싫은 내색 없이 거부하지 않았다. 아내는 그런 성품을 타고난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어느날 만취해서 새벽 2시에 귀가를 했는데, 아내는 노트에 글을 쓰다가 잠이 들어 있었다. 얼룩진 노트 속 글은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타고 수유리 너머로 갔다. 시골길을 하염없이 걸으면서 오늘도 죽음을 생각했다. 약을 먹고 죽을까 아니면 손목을 그어 죽을까? 그러나 그것은 내가 취할 길이 아님을 나는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고 되돌아왔다. 나를 살리기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주님께서 주님의 뜻을 위해 내게 주신 남편이니 나는 사랑해야만 한다. 나는 할 수 없지만 주님께서 사랑하라 명령하시므로 나는 사랑해야만 한다. 주님 도와주세요. 나의 약함을 주님께서 잘 아시잖아요.”

이목사는 모태신앙인으로, 수많은 설교와 성경을 통해 사랑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런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는데, 아내에게서 바로 그 사랑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목사는 그 이후로 변화된 삶을 살았고, 그 결과 지금의 자식 농사로 연결이 되었을 것이다. 가수 이승윤을 통해 그의 부모님을 그려볼 수 있게 되어 또 하나의 행복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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