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최영욱 시인

☞ 봄길은 꿈길 같은 길일까. 어느 신문의 전면광고에 위의 시 ‘봄길’ 전문이 실리고 그 배경 사진으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모습이 지친 듯 당당한 듯 실려 있었다. 우리 하동출신 정호승 시인의 작품이라서 반가웠고, 사진과 시의 절묘한 배치가 희망과 더불어 ‘울컥’하게 만들었다. 한 장의 사진과 한 편의 시가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다니. 예술의 힘은 세고 정겹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또 다른 ‘길이 있’으니 절망하지 마시라고 이르는 듯.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스스로 봄길이 되어’ 등대가 되고 등불이 되라고 속삭이듯 이르는 시인의 따뜻한 위로가 참 좋다. - 최영욱 시인 -

◆ 정호승 시인은? 1950년 하동군 하동읍 중동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 1972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으며,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다. 시집으로『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수선화에게』등 다수가 있으며. 시가 있는 산문집『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