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저물면 짝 잃은 새 악양 평사리 부부송으로

날아들어 늦은 밥 짓듯

울음을 한 땀 한 땀 짓는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울음은 짝 잃은 울음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위해 차렸던

식은 밥상을 치울 때의

울먹임 같은 짝 잃은 새의 슬픔

짝 잃은 새 울음에 몸 뒤척이는 섬진강

어설픈 아들에게 간난 아기를 두고 떠난 며느리

이젠 돌아왔나 층층이 깊어가는 할머니 시름

멀리서 피 울음으로 짝 찾던 새

악양의 부부송을 향해 어둠에 몸 던지면

머나먼 밤길 밝혀주려 지리산 골골마다

촉을 다해 송이송이 살포시 피어나는 별

최영욱 시인

☞ 평사리들판의 부부송은 악양의 상징이다. 아니 <토지>의 골격이다. 너른 들판이 지닌 생명성이 그에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땅의 개념을 떠나서 모두에게 먹거리를 나눌 수 있다는 뜻에서 더욱 그럴 것이다. 평사리에서 개최되는 <토지문학제>를 찾은 시인의 눈에도 부부송은 깊이 들어와 위의 작품을 남겼을 터이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위해” 따뜻한 밥과 국물로 밥상을 차렸다가 “식은 밥상을 치울 때” 울먹울먹, 그때 들려오는 “짝 잃은 새의 울음”이별과 기다림은 세상사를 관통하는 일이지만, 늘 서글프고 어색하고 진저리치는 일이라서 버거운 일이다. 허나 기다림이라는 희망이 있어 한 세상 살아지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지리산 골골마다 촉을 다해 송이송이” 별이 피는 것인지도 모를 터이다. -최영욱-

▶ 김왕노 시인은 경상북도 포항에서 태어나 <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시집<슬픔도 진화한다>. <복사꽃 아래로 가는 쳔년>외 다수가 있다.

박인환문학상, 지리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계간 <시와 경계>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