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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고시원(6)
장성춘 기자  |  hdnews9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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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6.24  10: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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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하아무

나는 갑자기 식당 종업원에서 작가로 전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속으로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뭐가 달라지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나중에는 그런 고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시 고민을 했다. 그러자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

돼지껍데기 집에 갔는데, 나는 돼지껍데기를 굽고 그는 먹었다. 이런 거라면 별 차이가 없으니까 전업을 해도 상관없겠다 싶었다. 그는 소주를 소리 나게 들이키더니, 첫 아이를 낳고 시골을 떠나 서울로 진출했다고 말했다.

아마 그 좁은 바닥에 계속 있었다면 난 미쳐버리고 말았을 거야. 조합장을 구워삶아서 돈을 좀 울궈내 아현동에 사무실 구하고 집기며 컴퓨터 사 넣고 출판사를 차렸지. 그는 장인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조합장이라고 했다.

경숙이 얘기는 하지도 않았다. 출판사와 재테크 관련 출판시장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어떤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던 유능한 후배를 스카우트해온 일, 첫 출판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어느 철학자의 처세술 책을 새로 잘 포장해 나름대로 잘 팔아먹은 일, 작은 출판사로는 드물게 매달 두세 권의 책을 꾸준히 내면서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는 이야기, 부동산과 주식, 펀드 등 재테크 전문가들과 함께 일을 하다보니까 그들의 조언을 듣고 아파트를 넓히고 돈을 굴리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이야기, 재테크 출판계도 단순히 정보만 많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가독성 등을 가미한 방식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 따위.

돼지껍데기 집을 나와 그는 곧장 해피모텔로 향했다.

그와 나는 아주 익숙한 사이처럼 섹스를 하고 나란히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웠다. 아마 등단을 했다고 해도 당장 어디서 원고청탁 하나도 안 들어올 거다. 그런가? 몰랐다. 좀 더 좋은 작품을 쓸 때까지 내가 시키는 일 좀 하고 돈벌이나 해라. 작가도 밥 먹고 잠은 자야 될 것 아니냐. 그는 내 대답이나 반응은 들어보지 않고 팬티에 다리를 집어넣으며 주절댔다.

, 고시원에 오래 있으면 사람 폐인 되는 것 시간문제다. 하다못해 전세방이라도 구해서 나와야 될 것 아니냐. 난 고시원이 좋은데, 전에 있던 독서실에 비하면, 침대도 있고 밥도 주고……, 입속으로 우물거렸다.

임마, 그게 사람 사는 거냐. 잔말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러면서 그는 서류봉투 하나를 던졌다.

너 뉴스 같은 데서 엠엔에이라는 말 들어봤지? 그거 A투자금융이라고 애널리스트가 쓴 소설인데, 미국 헤지펀드가 우리나라 기업을 통째로 집어삼키려고 한다는 내용이야. 소재나 내용은 재밌는데 소설적인 구성이 안 돼 있어. 문장도 엉망이고. 아마 손을 많이 봐야 할 거다.

나는 낯선 용어들이 무얼 뜻하는 것인지 물어보려다가 그 용어들마저 뒤섞여서 정확한 용어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어 입만 벌리고 있었다.

읽어보고 내일이나 모레 전화해라. 구성을 어떻게 바꾸고 인물의 캐릭터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도 생각해보고, 여자 이야기가 빠지면 책 팔아먹기가 어려우니까 그런 것도 잘 버무려서 좀 넣고. 계약금 조로 고시원 서너 달치 방값은 지금 내가 고시원 들러서 주고 갈게. 그리고 이건 용돈 하고. 그가 나가고 난 뒤까지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한 떼의 아이들이 몰려들어왔다. 좁은 편의점 안은 금세 돗대기 시장으로 변해 버렸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리를 비워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서너 명이 알바생과 수작을 하고 있는 사이, 다른 서너 명이 깡통맥주 두어 개를 슬쩍한다.

그 중 한 녀석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 어쩌라고. 녀석은 입모양만 그렇게 해보이고, 허튼 짓 하면 가만 안 두겠다는 듯 한 걸음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선다. , 그거 내가 사주께. 나는 녀석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다른 녀석이, 이 시발년이 우리가 뭐 거진 줄 아나, 했고, 다른 녀석이, 아이, 재수 없어. 가자, 했다. 그리고 녀석들은 올 때와 같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껌 한 통 팔고 알바생은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나만 쳐다보았다.

<다음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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