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청춘시대’라는 TV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여대생 다섯 명이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거주하면서 고민 많은 청춘시대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내용이었다. 다섯 중, 윤진명은 나이가 제일 많은 큰언니로 나온다. 그는 대학 학자금 대출로 인한 스트레스에, 취업･식물인간 동생･엄마의 빚과 같은 무거운 족쇄에 묶여 평범한 삶의 날갯짓 한 번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시즌1 마지막 회에서, 방세로 묶여 있던 전 재산 170만원을 뽑아 중국으로 한 달간 여행을 떠난다.

멋진 배낭을 메고 공항에 나타난 그의 손에는 해외여행 여권이 들려 있었고, 항공권을 발부받아 출국 게이트 쪽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누가 봐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그림이었다. 그가 전날 밤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여행비는 어떻게 마련되었으며, 또 그 여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3자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겉모습만 보면 이 세상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다. 이는 두 항공사 직원의 대화로도 충분히 증명이 된다. “한 달 여행…, 참 부럽다.” “그럼 너도 부모 잘 만나지 그랬어.”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다. 전설적인 희극(喜劇) 배우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그렇다. 모르는 상태에서 남들 살아가는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볼 땐 다들 아름다워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보고 싶은 것만 콕 찍어보고, 부러운 쪽으로만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세상 남들은 다들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나만 힘들고 불행하게 사는 것처럼 귀결이 된다. 아니다. 드라마 속 윤진명의 여행은 부러워할 해외 나들이도 아니고, 부모 잘 만난 것과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알고 보면 ‘나’보다도 더 눈물겹고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운명의 주인공이다.

“세상엔 아름다운 것이 없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이 부족한 것이다.(世界上不是沒有美而是缺少發現美的眼睛.)”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중요하고, 그 현상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자신의 실상을 잘 파악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우선 비교가 되는 대상을 ‘희극’적으로만 보면서 부러워하고, 그러면서 자신을 상대적으로 불행한 사람이라고 비하시키지 말라는 충고이기도 하다. 건강한 ‘시력(視力)’을 가지라는 말이다.

우리가 가진 ‘시력’은 ‘시야(視野)’와 ‘시각(視角)’으로 조합된 능력이다. 얼마나 넓은 시야와 얼마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살피느냐에 따라 ‘분간의 능력’이 만들어진다. ‘시야’와 ‘시각’은 물리적 현상을 초월한다. 때로는 개인의 철학이나 신념, 가치관 등의 지배를 받아 주관적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삶을 관조하는데 입체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이 건강한 ‘시력’이 행복이란 현 주소를 확인시켜주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시야는 대상을 바라보는 방향이요, 시각은 시선을 처리하는 각도다. 대상에 따라 시각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내려다보면 부시(俯視)가 되고, 올려다보면 앙시(仰視)가 되며. 그리고 똑 바로 바라보면 정시(正視)가 된다. 좋지 못한 감정을 담아 거만하게 바라보면 경시(輕視)가 되고, 이보다 강도를 더 높이면 천시(賤視)가 되고, 멸시(蔑視)가 된다. 다 눈을 가진 자, 시력을 가진 자들이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나온 결과들이다.

사람들 중에는 근시인 사람도 있고, 원시인 사람도 있으며, 또 난시인 사람도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물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안경을 써야 한다. 이 때 중요한 일이 있다면 눈에 맞는 안경을 쓰는 일이다. 자기 시력에 맞는 안경 하나 잘 골라 쓰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일지 모른다. 어떤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행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